작년부터 한 작가의 소설을 정해서 꾸준히 읽어주고 있다. 일본작가로는 나쓰메 소세키와 무라카와 하루키, 서양작가로는 요 네스뵈와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이다. 작가마다 차별성과 각기 다른 개성의 작품들을 보여주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들은 이언 매큐언의 작품이다. 속죄를 읽고 단박에 그의 팬이 된 이후, 최신작인 [넷셀], 데뷔작인 단편 모음집 [첫 사랑, 마지막 의식], [이노센트]에 이어 다섯번째로 체실비치에서를 읽었다.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폭력과 성에 대한 의식을 상당히 묘하게 다루는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다. 소설의 두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게 되고 둘이 맞는 첫날밤(실제 첫날밤이기도 하다)에 벌어지는 일들이 내용의 전부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읽는 즐거움중 하나가 그의 서사와 방대한 지식에 대한 편린이 아닌가 싶다. 잘 모르는 단편적인 지식이라도 현학적인 그의 글쓰기 매력에 빠져들게 되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이다. 물론 이런 서사법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50년대의 보수적인 영국을 배경으로 역시나 보수적인 두 남녀가 첫날밤을 치루게 되며 생기는 압박감과 서로에 대한 갈망, 그리고 경계심등등이 화려하게 섞여서 휘몰아친다. 스포일이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200페이지의 두께도 얇지만 아주 금세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언 매큐언이 노벨상 수상작가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특이한 소재를 아주 특이하게 풀어내는 그의 소설은 서구 소설계에서 오랫동안 족적을 남길 수 있는 훌륭한 소설가임은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