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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하루 끝에 펼친 철학의 위로
민이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요즘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입문서 정도로 여기고 읽었지만 상당히 난해한지라 책을 읽는 속도도 나지 않고 이해도와 몰입도가 한참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완독하기 위해서 가벼운 철학서 정도로 정신무장할겸 적당한 철학관련 서적을 찾다가 읽어봤는데 내용이 상당히 괜찮았다.
저자의 이름이 낯설어서 약력을 찾아봤는데, 대학때 한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제자백가의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다음 서양철학까지 이것 저것 공부했다고 한다. 인문공동체인 디오니소스의 운영자도 겸하고 있는데, 인문공동체가 뭔가 궁금해서 알아보니 일종의 철학 플랫폼으로 여러 인문학 블로그들중 뛰어난 역량을 지닌 글들을 엮어서 책을 내는 일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지은 목적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던중 동양철학이 갖추고 있지 못한 서양철학의 논리 체계에 상당한 공감을 가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철학을 왜 이렇게까지 어렵게 설명하는 걸까라는 의문과 회의감을 품었다고 한다. 따라서 매 시간 존재하는 철학을 실질적인 삶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이 책을 쉽게 쓰려고 노력핬다고 하는데, 철학의 특성상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니체의 잠언집에 있던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사람은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문구를 읽고 철학에 매료된 저자는 본인이 깨달았던 철학의 매력을 철학자별로 주로 영화를 인용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고집이 센 사람들은 남의 고집을 참아내지 못한다. 급기야 자신의 고집을 설득하려 드는 상대를 고집쟁이로 몰아간다. 자신의 생각은 자신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정말 고집쟁이고 누가 억울하게 고집쟁이로 몰린 대상인지에 관한 문제는, 늘 변별이 쉽지 않은 애매한 구도다. 내가 그 사람을 답답해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내가 답답할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자신이 지닌 신념을 객관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구를 읽고나서 저자의 의견에 깊은 공감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영화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영화와 철학을 연결시켜 다소 난해한 개념들을 설명하는 시도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끔 동양철학인 주역도 나오지만 주로 니체를 중심으로 현대철학을 가볍게 만나보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철학입문서로 생각된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