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고 있다. 처음으로 읽었던건 마음, 그리고 도련님, 풀베게, 나는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에 이어 여섯번째는 그 후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 그 후였다.그 후는 막장까지는 아니지만 100년전 소설임을 감안할때 상당한 수준의 불륜치정극이라고 볼 수 있는데 상당히 밀도있게 그려진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때 친했던 친구의 여동생을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고 둘이 결혼하게 도와줬던 주인공 다이스케는 친구 히라오카와 그의 아내 미쓰요를 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대학을 졸업하고 별도의 직업없이 30살이 되도록 백수로 지내며 아버지와 형님의 도움을 받아서 살고 있는 다이스케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은 노동이 아니다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계속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 친구였던 히라오카는 직장을 잃고 생활고에 빠지 미쓰요는 다이스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백수였던 주인공은 형수에게 부탁해 돈을 마련해주는 과정에 미쓰요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결국 사랑을 고백하고 집안에서 더 이상의 경제원조를 중단하는 지경에 몰리는 다이스케에게 어떤일이 벌어질지 소설에 뚜렷한 결말은 없다. 결말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소설 곳곳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글들이 돋보인다.˝베갯머리를 보니 겹꽃잎동백 한 송이가 다다미 위에 떨어져 있다. 다이스케는 지난밤에 이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그의 귀에는 그 소리가 천장에서 고무공이 떨어지는 소리만큼 크게 울렸다. 물론 밤이 깊어 주변이 고요한 탓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확인이라도 해보려는 듯 오른손을 심장에 얹고 늑골 끝에서 정상적으로 뛰는 맥박 소리를 확인하면서 잠이 들었다.˝잠깐만 읽어봐도 묘사가 상당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거기에 별거없는 불륜 사랑도 묘한 에로시티즘을 풍기며 책장을 넘기며 소세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제 다음에 문까지만 읽고 당분간 소세키 선생은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