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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쿠스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파스칼 라바테 글.그림, 알렉세이 N. 톨스토이 원작, 이상해 옮김 / 미메시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아침에 둘째와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후로 쉬는 시간을 이용해 볼만한 책이 있나 서고를 둘러본다. 부천에 있는 꿈빛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도서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제법 볼만한 책들이 있다. 특히 소설 종류들은 굳이 구입을 안하고 도서관을 활용하다면 가계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듯하다. ㅋ
아직 전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의외로 만화코너가 있는걸 확인하고 살펴보던중 독특한 그림체의 두꺼운 만화를 발견하고 대출해서 읽어봤다. 유럽만화는 조금 난해하기도 하고 일본만화풍의 그림체에 익숙한지라 다소 생경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이 만화에 끌렸고 러시아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역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내용에 푹 빠졌다.
원작이 있는 만화인데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이다. 하지만 그 톨스토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톨스토이가 아니다. 작가인 라바테가 부활의 레프 톨스토이가 아니라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글을 각색한 책이라고 말을 한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고서점에서 우연한 기회에 톨스토이의 숨겨진 작품을 찾은것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기는 하지만 결국 원작 소설에 흠뻑 빠져들어 만화를 그리게 됐다고 창작배경을 밝힌다.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흑백의 그림체가 무척 인상적이고 주인공인 기회주의자 시메온 네프로조프의 삶도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폭력, 살인, 마약, 술 그리고 사기, 도박등등 온갖 악이 점철되는 세계에서 운좋게 때로는 사악하게 위기를 벗어나는 시메온은 이비쿠스로 점차 변해간다. 이비쿠스는 해골을 말하는데 결국 죽음을 뜻하는걸로 보인다.
혼란스러웠던 러시아 혁명기를 지나는 동안 그 격동의 시간을 정신적 가치가 퇴색해지면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한 인물이 어떻게 자신을 지켜왔는지, 아니면 타락하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만화는 그리고 있다. 오랜만에 독특하고 고급진 만화를 만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