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법은 왜 부조리한가
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금태섭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사법의 정의가 도대체 있는지 궁금한 요즘 왜 이렇게 부조리한 판결이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살펴보려고 읽어봤다. 조윤선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뇌물이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다른 공무원이었으면 탈탈 털어서 구속은 당연하고 파면에 퇴직금까지 지급하지 않았을텐데 지 남편이 김앤장이고 판결하는 판사가 다 거기서 거기니 저런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지 않나 싶다. 이렇다면 사법권을 지켜줄 필요가 있을까? 형평성이 없는 판결은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일어날테고 곧 큰일이 벌어질수도 있따.


더군다나 조두순 같은 작자가 독방에서 운동을 하며 출감할 날만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던데 그런 흉악한 인간을 주취감경이라는 미명하에 가중처벌은 커녕 오히려 형을 깎아주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법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나영이 같은 어린애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판결이 나왔을까?


청와대에 아무리 민원을 넣어봤자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훼손할 수 없기에 그냥 지켜볼 따름이다. 조두순을 어떻게 다뤄야될까 몹시 궁금하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법학자인 레오 카츠가 법의 부조리한 측면을 경제학, 통계학, 정치학,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들을 들어 여러가지 방식으로 풀어냈다.


마이클 샌델의 서재에서 보고 구입해놨는데 책 소개는 쉽다고 적혀있지만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 통계학적으로 꼬으는 부분은 머리가 빙빙돌아갈 지경이었다. 특히 투표제의 모순과 문제점을 연구한 사회선택이론 등을 동원해서 언뜻 보기에 불합리해 보이는 법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분석했다.


출판사 서평에 책의 성격을 드러낸 글이 있어 옮겨본다.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의 허점을 찾아 탈세 수법을 쓰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세금을 줄줄 세게 하는 법의 허점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적 판결은 유죄 혹은 무죄 식으로 지극히 이분법적인 판결만을 고집한다. 현실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절충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을까? 법은 왜 좀도둑질처럼 사소한 행위는 처벌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수영선수 같은 반인륜적인 행위는 처벌하지 않을까? 법은 왜 성매매나 대리모 계약처럼 양측이 모두 만족하고 그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는 거래를 금지할까? 카츠는 이러한 법의 모순들이 집단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논리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 모순점을 끌어내는 방식은 매우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아울러 책의 말미에 거의 인간쓰레기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마르크스의 실제 삶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깊은 공감을 가지게 해줬다. 살짝 어렵기는 하지만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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