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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작가의 이름으로 봐서는 도저히 연결지점을 찾기 힘든 소설이다. 물론 일본여류작가를 절대 폄하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이런 스토리의 소설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 책을 읽으며 계속 궁금증이 돋아났다. 일단 이 책의 성격을 크게 규정하자면 전쟁+추리소설이다. 그 유명한 노르망딩 싱륙작전부터 베를린 진격까지의 긴박한 순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요리사들이라고도 하던데, 예전에 BOB를 하룻밤에 몰아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무래도 작가가 BOB를 바탕으로 쓴 소설임이 분명하나 책과 영화의 성격은 다소 다르다. 영화가 커다란 스케일의 전쟁에 촛점을 맞췄다면 책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인간군상들의 백태와 휴머니즘, 그리고 주인공 키드가 전쟁을 겪으며 어떻게 진화하는가에 대한 성장스토리도 베이스로 깔린다.
미국 남부에서 잡화점을 경영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팀 콜드는 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면서 거리 곳곳에 붙여진 포스터를 보며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쟁을 느낀다. 열일곱 살 생일을 앞둔 콜의 가족은 지원을 결심한 팀을 걱정하며 반대했지만, 팀은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을 챙겨서 전쟁터로 떠난다.(팀이 조리병이 되는 당위성이라고나 할까...ㅎ)
공수부대에 배치받고 훈련을 받기 시작하지만, 사격도 잘하지 못했고 달리기도 평균보다 느렸다. 아울러 덩치는 크지만 마음이 여리고 착해 키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에드라는 일종의 멘토격 조리병을 만나며 특기병이 될것을 결심하고, 안경잡이 에드, 디에고, 라이너스 등 각 소대의 조리병과 함께 2년에 이르는 훈련을 거쳐 1944년 초여름 그 유명한 일명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다.
전쟁터에서 전투와 요리사로서 임무를 시작한 키드와 동료들은 전선에서 죽음과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내가며 서서히 전쟁이라는 상황에 적응하게 된다. 일상적인 전쟁에서 여러가지 미스테리한 일들이 펼쳐지는데, 쓰고 난 낙하산을 모으는 병사,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600상자 분량의 분말 달걀의 행방, 네덜란드 시가지전에서 만난 이상한 죽음, 추위에서 떠도는 유령의 정체등 여러가지 기이한 상황을 에드와 키드는 해결해 나간다. 일종의 셜록과 왓슨의 콤비 같은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무명작가의 장편데뷔작임을 감안할때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다. 다만, 서사의 스케일이 조금 방대해서 집중되지 못한점과 요리사들의 요리 이야기 비중이 작았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다음 소설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