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옹의 책은 두번째다. 첫번째는 네메시스였는데 그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으니 거꾸로 거슬러가며 곶감 빼먹듯이 그의 작품을 즐길 예정이다. 현대 미국작가중 우뚝 솟아있는 거장으로써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에브리맨은 죽음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한 남자의 장례식 장면이다. 그는 세 번의 결혼과 세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성공한 광고 기획자로 평탄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몸이 아프기 시작해 여러번의 수술과 정기적인 검진으로 버텨봤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죽음으로부터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구조의 작품이다. 세 번의 결혼중 두번째 여인과의 이별, 첫번째 부인과 두 아들로부터의 철저한 외면(그는 부양의 책임을 다했지만...), 세번째 광과모델과의 쾌락적인 짧은 만남과 이별후 그에게 남은건 친형과 딸 낸시뿐이다.노년은 전투가 아니고 대학살이다라는 문구가 소설의 성격을 적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아무리 버티고 노력해봐야 안된다는거다. 결국 에브리맨의 제목처럼 누구나 간다. 참 허무한 소설이다. 희망도 미래도 전혀 없다. 내용중 아직 성에 대해 기능을 잃고 있지 않은 주인공이 조깅을 하는 젊은 여성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은 정말 처연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늙으면 곱게 죽어야지 쪽 팔리게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니만큼 성욕을 접을 수 없고....그런 장면 장면들을 매우 엄정하게 그려냈다.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지독한 공허감에 빠져들 수 있다. 그래도 그의 작품은 읽고 싶고 땡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