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을 읽어보지 못했더라도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있겠지만 그건 의미없는 숫자일테고 정규적인 초,중등 교육만 받았어도 누구나 알것이다. 더 나아가 예전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구전동화로 홍길동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들어봤을걸로 생각된다. 하지만, 홍길동전을 읽어본 사람은 얼마나될까? 어렸을때 동화로 읽은 홍길동전 말고 실제 국문판 홍길동전을 읽어본 사람은 반대로 거의 없지 않을까? 그래서 읽어봤다. 놀랍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스토리 그것이 거의 전부다. 여종의 몸에서 태어나 서얼로 자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길동이는 우연한 기회에 도술과 학문을 익히고 아버지에게 하직을 고하고 길을 떠난다. 활빈당의 당수가 되어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관아를 터니, 임금이 잡아들이라 명령을 내리고 국방부 장관을 요구하다 결국 중국쪽으로 길을 떠난다. 어찌어찌하여 만난 대가집 규수를 악의 무리에서 구해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왕이 된다. 상기의 큰 줄거리를 토대로 변주에 변주를 거듭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홍길동이라는 캐릭터가 국민적 캐릭터로 자리잡은것이다. 홍길동전이 가져다주는 시삿점은 당시 유교 신분제가 지배하는 숨막히는 현실에서 그 누구도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날카롭게 풍자 및 비판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역적죄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해제본이 아니라 수십 종의 이본 중 작품성이 뛰어나면서 각 판본의 특징을 비교하며 읽기 적합한 경판 24장본과 완판 36장본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해 실었다. 책의 말미에는 내용 분석과 함께 <홍길동전> 연구사의 쟁점과 흐름을 한눈에 짚어볼 수 있는 해설을 담았다. 1880년경 서울 방각본 제판소에서 만들어진 경판 24장본의 원본을 실었다. 해제본을 주로 접해서 그런지 몰라도 원본은 생각보다 두께가 얇았고 경판, 완판 모두 읽었는데 약간 미세한 차이가 났다. 원본 홍길동전이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봐도 의미있는 독서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