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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꽃 HIBANA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생소한 이름의 일본작가가 역사 깊은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했고 2016년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작이 됐을뿐 아니라 기존 수상작중 판매 1위인 무라카미 류의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131만부를 훨씬 뛰어넘는 80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선전문구에 솔깃해서 읽어봤다.
아쿠타가와상은 나오키상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데 연간 2회 시상을 한다. 문학 작품중 순수문학에 가까운 작품들을 선정하는데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노벨문학상도 이미 몇 차례 수상한 일본문학이 세계적으로 한국문학 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고, 솔직히 재미나 완성도 측면에서도 더 윗길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소설도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한다.
이 작품은 소설가가 아닌 개그맨이 쓴 작품이다. 그것도 처음 쓴 장편소설로 굴지의 상을 수상했을뿐 아니라 제법 지명도 있는 코미디언으로 37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로 대박을 터트렸으니 놀랄만한 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컬투쯤 되는 2인조 스탠딩 개그를 전문으로 한다고 하던데 이런 진중한 소설을 써냈다니 역시 일본은 소설에 대한 저변이 무척 넓다고 할 수 있겠다.
자전소설 비슷하게 무명의 개그맨 도쿠나가가 불꽃 축제에서 개그를 하지만 아무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선배 개그맨 가미야를 만나고 이후 그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아가 조금씩 커져나가는 그런 스토리다. 무명 개그맨의 처절한 노력과 세상에서 도외시 되서 뒤쳐지는 슬픈 군상들의 모습이 처연하게 그려진다.
개그맨을 소재로 해서 밝고 명랑한 유머스러운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중간 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있지만 상당히 진지한 소설이다. 작가는 무명의 세월을 버텨내면서 수시로 소설을 습작해서(핸드폰으로 습작하느라 엄지손가락에 건초염이 생겼다고 함) 이런 작품을 써냈으니 그 자신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셈이다.
우리나라 정서와 살짝 달라서 깊은 공감은 가지 않더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