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원작이 있는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즐기는걸 좋아한다. 재작년에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와 어톤트먼트가 생각나고, 작년에는 새라 워터스의 핑크 스미스와 아가씨가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불현듯 이 작품이 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직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수작의 소설과 영화를 동시에 만나는건 쉽지 않을까 싶다.소설을 모두 읽고 영화를 봤는데, 순서에 별로 상관이 없을듯 싶지만 그래도 소설을 먼저 읽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소설이 워낙 좋아서 아무래도 영화가 소설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도 괜찮았다.오스틴 라이트라는 작가는 처음보는 사람이고 이미 사망한 사람인데, 이 작품이 1993년도에 출간했으니 무려 20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깜놀했다. 더군다나 작가 오스틴 라이트가 1922년생이시니 살아계서도 무려 90이 넘으신 분인데 이렇게 감각적인 소설을 쓰셨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왜 이런 작가의 작품을 몰랐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봤다.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구조로 되어있다. 20여년전에 이혼한 전 남편으로부터 편지가 오고 곧 이어 소설이 도착한다. 전 남편 에드워드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혹감을 느겼던 수잔은 소설(녹터널 매니멀스)을 읽게 되고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액자소설은 토니 헤이스팅스라는 수학교수가 아내,딸과 함께 여행 도중 불량배 3인방에게 당하는 일을 중심으로 그려지는데 소설 전반부의 전개가 압권이다. 일종의 스릴러로 봐도 무방한 느낌의 긴박감이 몰려든다. 수잔과 에드워드의 현실 이야기도 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펼쳐지는데 한 소설내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편집 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을 정도로 두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다.소설안에 큰 축의 두 가지 이야기외에 소설을 대하는 태도와 인생에 대한 관조도 엿보이고 암튼 훌륭한 소설로 생각된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도 소개됐던데 많은 사람이 읽고 오스틴 작가의 다른 소설이 출간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