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시집에 대해 도전?을 하고 있다. 함축적으로 단어를 서술해 이미지를 압축하는 과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인이 그려낸 세계를 느끼게 되면 숨겨진 내면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고 읽어본다.하지만 여전히 어렵고도 어렵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보는건 매우 힘들다. 희지의 세계에 이어 두번째는 최승자 시인의 시집이다. 출간된지 30년이 넘었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시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한 가지 감정은 확실하게 느꼈다. 절망이다. 시인이 쓴 시에서 비명소리를 느낄 정도로 비참함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었다.감성적인 사람들은 상당히 읽기 힘든 시집이 아닐까도 생각해봤다. 최승자 시인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지금 병원에서 치료중이신듯하다. 아마도 정신병원인것 같은데 젊은 나이에 이런 시집을 쓰고, 나이가 들어서도 정신적으로 힘들게 살았으니 삶이 참 피곤하다.시집은 3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1부는 1981년 1~6월, 2부는 1977년 ~ 1980년, 3부는1973년~1976년으로 총 7년간에 걸친 시들을 거꾸로 배치했다. 그래서 그런지 3부로 갈수록 언어가 좀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다. 좀 정제되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삼십세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는데, 사십세 오십세를 대입해도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놀라 부릎뜬 흰자위로 애원하며.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 트고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몸뚱아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부릎뜬 흰자위가 감긴다.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마지막으로 시집의 시제인 이 시대의 사랑을 실어본다. 사실 시인이 어떤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불러도 삼월에는 주인이 없다동대문 발치에서 풀잎이 비밀에 젖는다.늘 그대로의 길목에서 집으로우리는 익숙하게 빠져들어세상 밖의 잠 속으로 내려가고꿈의 깊은 늪 안에서 너희는 부르지만애인아 사천 년 하늘 빛이 무거워<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우리는 발이 묶인 구름이다.밤마다 복면한 바람이우리를 불러내는이 무렵의 뜨거운 암호를죽음이 죽음을 따르는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우리는 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