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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저어
소네 게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침저어라는 처음 듣는 단어지만 대충 심해 어딘가에 사는 물고기를 지칭하는거 아닌가 생각을 했다. 찾아보니 침저어라는 단어는 사전적인 용어로 사용되지 않는 단어였다. 일본어로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라는 저어와 중국어로 가라앉는다는 뜻의 침저가 결합된 단어로 보인다.
사실 제목으로 이 소설의 전체적인 얼개가 드러나니 상당히 함축적인 제목인 것 같지만, 침저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없으니 읽고 나서 파악될 듯 싶다. 중국에서 일종의 첩자로 일본에 거물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파이를 심어놓고 오랜 기간 활용하는데, 그 스파이의 암호명이 침저어, 맥베스다.
언론과 갈등을 겪는 일본경찰에서 흘린 정보로 추정되는 침저어의 정보가 유력 일간지에 실린다. 이에 따라 사건을 추적해야 되는 경시청 외사과 소속 후와형사의 긴장되고 속도감 있는 수사가 주된 이야기다. 현실적인 고참 형사와의 갈등, 뛰어나지만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후배 파트너 형사, 갑자기 위로 날라와서 박히는 커리어(일종의 고시를 패스해서 신분이 다른 금수저 경찰) 여상사등이 주변인물로 등장하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는 흘러간다.
결말이 대충 예상되기는 하지만, 하드보일러의 형사물로의 공식은 충실한 편이다. 드라이한 분위기와 미스테리한 분위기, 건조하지만 약간의 멜로등이 섞여있다. 일본에서 인정받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소노 게이스케의 작품이다. 저자는 대학을 중퇴하고 사우나 종업원, 만화카페 종업원등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가, 각성하여 도서관을 다니면서 소설을 쓰게 됐고 눈에 띄는 데뷔와 아울러 탄탄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데뷔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잘쓴 수작의 하드보일러 첩보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누가 첩자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그런 심리적인 압박상태의 분위기를 잘 그려냈고, 건조하며 냉혹한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