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소설중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유명한 노인과 바다는 시사영어사 영한대역본으로 잠깐 보기는 봤다. 때문에 줄거리는 비교적 자세히 생각나지만 그걸 책읽기라고 해야되나 싶기는 하다.아무튼 이번에 노인과바다를 제대로 읽어줬는데, 얼마전 읽었던 데미안처럼 혼돈스럽지는 않았다. 문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줄거리도 아주 단선적이라서 고민을 하거나 생각에 잠기게 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쿠바다. 죽기전에 꼭 한 번 가볼거라는 생각에 틈이 나는대로 쿠바 관련 서적들을 읽어주는데 얼마전 피델 카스트로의 대담집을 읽으면서 헤밍웨이 소설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쿠바와 헤밍웨이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아니던가? 피델과 헤밍웨이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었던 사실이 대담집에 나온다. 읽게 된다면 하바나를 배경으로 하는 노인과 바다를 처음으로 읽는게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줄거리를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팔십사 일째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운이 다했다고 했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바다로 나선다. 다른 어부들이 가지 않는 더 먼 바다까지 나간 노인은 마침내 거대하고 아름다운 청새치 한 마리와 맞닥뜨린다. 노인은 며칠에 걸쳐 바다에서 물고기와 고독한 사투를 벌인다. 경험많은 낚시 기술과 열정으로 겨우 청새치를 잡아 뱃전에 묶고 돌아가려는 순간,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의 공격을 받는다. 결국 노인은 녹초가 되어 소년이 기다리는 항구로 뼈만 남은 물고기를 들고 돌아온다.처절한 물고기와의 사투, 그리고 허무한 결말이 비장감을 안겨준다. 헤밍웨이 필생의 역작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으로 그는 노벨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그가 젊었을때 들었던 한 어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알려진다.선이 굵은 남성미가 작품 전반에 걸쳐 흐르며, 나아가 인간의 굳은 존엄성까지 다룬 이 작품은 인생의 페이소스를 느끼게도 해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걸까? 생각보다 가슴을 울리는 진한 느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