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몇 개의 드라마는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두 편이 생각나는데 하얀거탑과 서울의 달이다. 서울의 달은 찾아보니 94년도에 방영을 했으니 20년도 넘은 드라마였다. 그 당시 비무장지대 철책안에 있었는데 군대에서 봤던 드라마더라는... 거의 전편을 봤으니 사회에 있었더라면 엄두도 못낼일이다. 지금은 대스타로 자리잡은 한석규와 최민식의 초기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중 공감가는 캐릭터가 한석규가 연기한 홍식이라는 극중 인물이었는데 어떻게 하던지 신분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야비하면서도 짠했다. 마침 그때 고리오영감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 라스티냑과 홍식이 완전 오버랩됐던 기억이 난다. 블로그를 다시 열면서 읽으려고 뽑아놓은 소설이 고리오영감이었다. 20년전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면서 분위기도 바꿀겸 닉도 작중 인물인 라스티냑으로 정했다. 성공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면도 어느 정도 남아있고 적당히 속물적이기도한 그런 인물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대충 살펴보자면, 감사할 줄 모르는 두 딸에게 큰 재산을 물려준 부유한 상인의 이야기이다. 허름한 하숙집에서 홀로 살면서 탐욕스러운 딸들에게 자신이 가진 얼마의 재산을 남겨주려는 주인공은 라스티냑이라는 야심찬 젊은이와 친구가 되는데, 라스티냑은그들의 관계를 자신의 야망을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 매력, 배신, 심지어 살인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상류사회로 진입하려는 딸들과 여러 악당들의 모습에서 센세이셔널한 플롯의 반전으로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짐을 확인할 수 있지만, 발자크가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악을 빗대 묘사한, 고리오 영감의 일방적인 자식 사랑이 여전히 그 중심에 있다. 고리오영감의 무한 자식사랑은 시대를 뛰어넘어 아직까지도 전해오고 있는듯하다. 주변에서도 자식에게 올인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하는데 그들의 심리가 공감이 안되면서도 이해는 간다.(무슨말이지?) 고리오영감은 발자크전집중 [인간희극]중의 한편으로 요즘 시각으로 다시 읽어봐도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으로 성공을 그토록 갈망했던 라스티낙의 마지막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