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코올 중독자
허근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알콜은 나한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물질일까? 일단 의미를 떠나서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알콜을 섭취한지 어언 30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마신 술의 양만 해도 인공연못 하나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투자한 돈은 직간접적으로 소형 아파트 한 채 정도는 해드시지 않았을까 싶다는 생각이다.


알콜이 끼친 지대한 영향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아님 절대 도움이 안됐을까? 이건 솔직히 답을 하지 못하겠다. 분명히 도움 받은일도 너무나 많았고 반대로 부끄러운 일들도 많았기 때문에 알콜은 한마디로 나에게는 애증의 물질로 다가온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싯점이 금주 9일차, 일수로 8일이 지났다. 이번 주 초에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자연스럽게 금주중인기는 하지만 평생 금주인으로 살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상태가 안 좋은건 분명하니 일단 정상으로 돌려놓고 생각해보자.


알콜중독 관련 서적을 3권 샀다. 이미 두 권을 읽었고 마지막 세 권째를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읽었다. 이 책은 현직 신부님께서 알콜중독으로 고생하시다가 갱생하셔서 카톨릭알코올사목센터장도 지내시고 많은 중독인들에게 도움을 주시고 현재 단주중이신 경험담을 엮은 책이다. 현직 종교인이 저술하신 책이라서 그런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래도 카톨릭이니 개신교 보다는 거부감이 좀 덜하다. 아무래도 자기만 맞다고 강요하는 부분이 좀 덜해서 그런가?


띠지 까지 둘러가면서 열심히 봤는데 건진 구절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서 좀 아쉽기는 했다.


사람이 어떤 물질이나 대상에 중독이 되면 지능과 정서, 의지는 바닥에 떨어지고 영혼마저 병들고 후회와 죄책감으로 다음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수없이 결심은 하지만 어리석은 악순환만 계속된다고 말씀하시는데 꼭 이렇지는 않지만 왜 찔리는 것일까?


중독자들은 자신에게 분명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중독 사실을 합리화하고 부정하며 중독은 원인들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고 하는데 이 점에서 분명히 나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모두 내 탓이고 내가 좋아서 마신다고 말하니까...


이 싯점에서 반성의 차원으로 시 하나 읽어보자.


딱 한 잔 하려 했는데

벌써 두 잔 세 잔 넘었네

한 병 두 병 세 병도 모자라니

앞에 앉은 사람도 보이지 않고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네

내가 어디 있는지조차도 모르는데

어느새 새 날이 밝아와

지난밤의 후회와 죄책감만 짓누르네


- 어느새 날이 밝아오네,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23쪽


알콜중독은 일단 발병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하여 최종적으로는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술을 마시는 동안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 번 시그널을 무시하면 안될 듯 싶다.


또 알콜 중독은 회복이 되어도 완전한 치유가 없는 병이라 하고 이 병에는 그 진행의 정도에 따라 절대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음주 조절 능력은 일생 동안 치료되지 않아서 단주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가혹한 것 같고 방법을 찾기는 찾아야 겠다.


사실 요즘 독주는 거의 안 마시고 되도록 2차를 넘기지 않고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음주를 하지만, 문제는 에브리데이 조금씩 마시는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일단 수치가 정상화되면 내가 오승환도 아니고 연투 등판을 자제하기로 해보자.


책은 종교를 가진 알콜인들에게 추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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