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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끌어안고 나아가기 - 살아갈 날들을 위한 회복의 심리학
김현경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고도로 산업화가 될수록 현대인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불과 십여년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기인한 현상으로 생각된다.
영국 정부에서 세계 최초로 고독부를 신설하고 장관을 임명했다. 이제 불안과 우울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보기엔 너무나 보편적인 현상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일상화되며, 불안과 우울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러한 불안을 없애는 대신 불안을 반려처럼 생각하며 살아갈것을 조언한다. 저자는 죽음의 공포와 상실의 아픔을 경험하는 동안 수용전념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를 통해 고통을 외면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불안을 마주하고, 불안을 끌어안고도 나아가는 새로운 치유법을 배웠다.
다소 생소한 개념인 수용전념치료는 불안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수용하고 그 속에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전념하는 심리치료법이다. 즉 불안을 없애는 대신 불안을 안고 나아가는 것이 삶의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인 김현경 작가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심리상담사이자 명상가. 단국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에서 긍정심리를 전공했으며,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명상심리상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명상 수행과 상담을 통해 삶을 여행하며 생과 사의 경계를 탐구하는 싸나톨로지(Thanatology)를 연구하는 국제 공인 죽음 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생의 고비를 지나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인지행동치료의 제3세대 방법인 수용전념치료(ACT)를 통해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용기를 얻었다. 이후 삶의 결을 새롭게 느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니체의 말처럼 삶의 필연적인 모든 면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법을 배우고자 하며 운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 또한 내담자들의 다채로운 감정 속에 머물며 인간 존재의 깊이와 치유의 가능성을 배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 상실, 질병, 관계의 아픔을 새로운 심리 치료 관점에서 바라보고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암진단을 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불안을 관찰하고 다정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하면서 삶은 불안정함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불안을 이해하기, 수용하기, 전념하기, 살아가기’의 과정과 깨달음, 실천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나아가 책에서는 불안을 제거하려는 싸움을 멈추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법을 알려 준다. 불안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존재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결국 나답게 살아가는 회복의 심리학으로 이어진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불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건강진단을 받으며 갑상선 결절에 대한 추가 검사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어렵게 병원에 예약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불안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자의 불안 다스리기가 삶을 좀더 긍정적으로 살아가는데 힘이 될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실제 불안다스리기의 연습과정과 그 결과 기록을 올려본다
#1. ‘불안한 생각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하기
불안의 공포가 몰려올 때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손끝이 차가워지고, 머릿속은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가득 찰 수도 있다. 그때 자신이 생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나는 불안하다” 대신 “불안한 생각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불안을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흘려보내 보자. 생각을 진실이 아니라 지나가는 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마음이 생각에 발목잡히지 않는다. 호흡이 서서히 안정되고, 몸의 긴장이 풀린다. 이것은 수용전념치료의 ‘인지적 탈융합’ 방법으로, 생각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생각에 휘둘리지 않을 자유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다.
#2. ‘지금 이 감정이 나에게 있다’고 인정하기
상실의 시간을 지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다면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울어 보라.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각을 느껴 보자.
“이건 나쁜 감정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감정이야.” 감정을 판단하지 않으면 마음 한가운데에 고요한 공간이 생긴다. 그 안에는 억눌림도, 부정도 없다. 그저 ‘이 감정이 지금 나에게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이 남는다. 이것은 수용전념치료의 ‘마음챙김과 수용’ 방법으로,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 불안한 감정이 적이 아니라 자신을 치유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완벽하지 않아도 나아가라’
불안은 여전히 곁에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불안을 끌어안고 나아가 보자. 그럼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질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불안함에도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행동이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지 않지만, 거기에서도 의미가 생긴다. 이는 수용전념치료의 ‘전념적 행동’이다. 불안한 마음은 멈춰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