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개념이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진리라 부른다. 이를테면 몸은 현실이고 영혼은 개념이다. 영혼과 몸은 서로 맞아떨어지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죽은 시체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참된 현실은 아니다. 시체는 개념이 없는 현실, 즉 무無개념의 현실일 뿐이다. 죽은 몸이 썩을 수밖에없는 이유다. 헤겔이 한 말이다. 우리의 몸은 어차피 썩어 문드러진다. 품위 있는 인생, 곧 존엄으로 빛나는 삶을 원한다면, 정신을 갈고 닦을 노릇이다.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