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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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중국계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연출하고,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노매드랜드]는 202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휩쓸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물론 영화는 괜찮게 감상했고, 원작소설도 궁금해져 이렇게 찾아서 읽었다.


일종의 르포르타주에 가까운 소설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 린다 메이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이다. 홈리스가 아닌 하우스리스인 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이다.


중산층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며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지만 집 한채도 없이 비정규 임시직을 찾아 끊임없이 노동을 이어나가는 미국 중장년층의 엄혹한 현실이 그려진다. 하지만 절망속에 희망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삶을 이어나가는 미국인들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낙관적인 국민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단, 등장하는 인물이 주로 백인이라는 사실에 미국의 어두운 현실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저자인 제시카 브루더는 2015 제임스 애런슨 사회정의 저널리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저널리스트로 [하퍼스 매거진] 수록 기사 은퇴의 종말을 토대로, 3년간의 밀착 취재와 풍부한 자료 조사를 더해 차를 집으로 삼아 유랑하는 노마드 노동자들의 면면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책은 주로 2008년 금융 붕괴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이들의 삶의 형태가 어떻게 무너지고 변화되었나를 차분하고 날카롭게,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시선으로 조명한다.


한국에서도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을 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건, 10시간 이상을 주야간 교대 근무로 일하며, 매일 하프 마라톤 거리 정도를 걷고, 반복되는 단순 동작으로 머릿속이 멍해진 채 진통제를 몇 알씩 삼키며,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끔찍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2016년에 이미 900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고, 그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몇 년 전 한 여론 조사는 사람들이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산이 버텨주는 나이보다 오래 사는 일을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한국에서 노년의 삶도 이와 큰 차이가 없어질것 같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도 놓치지 않고 서술해나간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고단한 노년의 삶을 보내지 않으려면 워라밸이니 욜로니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재고해봐야되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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