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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사회 -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평점 :
니체에 관한 철학으로 많이 알려진 철학자 이진우 교수의 공정에 관한 책이 눈에 띄여서 읽게됐다. 마이크 센델류의 정의에 관한 담론인줄 알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는데 현실정치 그것도 조국교수를 대표로 하는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말로만 공정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국민의 힘에 대한 비판은 거의 보이지 않는걸 봐서 어떻게 보면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낸 책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공정과 상식을 무기로 정권을 잡은 여당에 공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걸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원래 그들은 그랬으니 배신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 정권은 실망스러운 요소가 많았던것도 사실이다.
조국 교수 개인적으로 억울한 지점은 분명히 있으나, 남들이 다 그랬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건 분명 폴트였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깨끗하게 인정하고 물러났더라면 수습이 가능했을수도 있었으나 이제 그런 기회는 사라져버리고 어이없게 정권을 넘겨주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공정과 정의는 요즘 들어서 더욱 중요한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도 마이크 센델이 정의에 관해 논하면서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잇는 상황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사회의 공정 이슈에 대해 무엇이 공정한지 근본적으로 묻는 질문과 함께 곳곳에서 표출되는 불공정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 현상이 왜 불공정한지, 공정을 방해하는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나와 남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내로남불은 이제 어디서나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아울러 2020년 7월 서울 청년 불평등 인식조사에서는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고 있다라는 설문에 불과 14.3퍼센트만이 긍정했다. 이렇게 모두가 공정을 부르짖고 갈망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불공정한 상태라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전 정권에서 벌어졌던 조국 사태, LH 직원 부동산 투기, 추미애-윤석열 사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SKY로 대변되는 학벌 등 지금-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불공정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것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 논의한다. 현정권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오늘날의 강자와 부유한 자들은 자신의 소득과 재산이 능력과 노력만으로 일궈낸 정당한 소유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말 로크와 노직의 후예들인가? 2021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글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정과 정의에 관한 상식적인 감각은 차치하고서라도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이를 회사의 혜택과 복지로 생각하는 파렴치한 몰상식은 소득과 소유의 도덕적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불의가 얼마나 교묘하고 복잡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 〈네 번째 질문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 중에서(133쪽)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이 가장 극심하게 벌어지는 곳은 바로 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람들에게 자원을 평등하고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과 일자리가 부족하면 할수록 공정성 논란은 더욱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경미화원이나 보안 요원이 되기 위해 높은 토플 점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등 학력과 직업의 미스매치를 말하는 것조차 공정하지 않은 말이 된다. 문제는 이렇게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무한 경쟁에 초점을 맞추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 물건이 없으면 각자도생의 비효율적 ‘초경쟁’이 이루어지거나 제도권 밖의 암시장이 생긴다. 한국의 취업시장은 이런 의미에서 ‘시장이 없는 경쟁’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여섯 번째 질문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 방식인가?〉 중에서(182~183쪽)
저자는 30여년 동안 정치철학자로서 연구하고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철학자로 활발한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해왔다. 조만간 교수직을 은퇴하신다고 하던데 좋은 책들을 많이 써주시기 바란다. 공정과 상식의 정권에 대한 책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