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장대한 동슬라브 종가의 고난에 찬 대서사시
구로카와 유지 지음, 안선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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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다. 옛 소련의 연방으로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탄처럼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있는 나라쯤으로 생각했는데 슬라브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 속하는 나라일뿐더러 영토의 규모나 인구수가 상당히 대국이었다.


저자는 일본의 외교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국제관계의 전문가인 구로카와 유지라는분으로 니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무성에 들어가 재캐나다 몬트리올 총영사, 주우크라이나 대사와 몰도바 대사를 겸무했다. 이 책은 그가 우크라이나라는 자신에게 생소했던 나라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간결하게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정리했다.


책은 스키타이의 시대부터 시작해 루스 카간국으로부터 키예프 대공국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복잡하고 긴 역사를 풀어 쓰고, 근대 들어 러시아와 유럽의 틈바구니 속에서 강국들의 침략을 받은 고난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타민족의 지배와 그로부터의 독립을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나라로 탄생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계기를 밝힌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국가명은 우크라이나인의 자존심과 깊이 결부되어 있다. 러시아사를 바탕으로 한 학설에서 우크라이나는 변경邊境지대를 뜻해왔다. 하지만 변경이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봤을 때 그런 것일 뿐 현재는 우크라이나에 변경이란 뜻은 없고 땅이나 나라를 의미하는 단어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크라이나의 첫 출발은 루스 카간국으로, 러시아(루스)라는 이름도 원래 여기서 가져다 쓴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2세기까지 모든 견직물을 루스제라고 불렀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번성한 농업과 상업, 무역의 중심지였다.

저자는 우크라이나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대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우크라이나의 면적은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고 인구는 5000만 명으로 프랑스에 필적한다. 철광석은 유럽 최대 규모의 산지를 자랑한다. 농업은 세계의 흑토지대의 30퍼센트를 차지해 언젠가 유럽의 곡창의 지위를 회복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인 중요성이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만큼 여러 민족이 거쳐간 곳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서유럽과 러시아, 아시아를 잇는 통로였다. 그런 까닭에 우크라이나는 세계 지도를 다시 쓴 대북방전쟁, 나폴레옹전쟁, 크림전쟁, 두 차례 세계대전의 전장이 되었고 많은 세력이 이 나라를 노렸다. 즉 우크라이나의 향방에 따라 동서 힘의 균형은 달라졌다. 이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하고,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강대국의 각축장이었던 우크라이나는 결국 전쟁의 운명을 비껴나지 못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비슷한 한반도의 운명을 생각해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과연 이 땅에 언제 평화가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해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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