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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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신간코너에서 발견하고 읽어본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모음집이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경찰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로 그의 작품중 [64]와 [클라이머즈하이]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12년간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소설 속에서는 진실을 향해 파고드는 구성력과 치밀한 정보 수집 능력 등이 충분히 발휘된 탄탄한 서사력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어떻게 범죄와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어떻게 사건과 연결되는지에 관한 쫀득한 재미를 선사하는 단편들이다. 특히 자신의 상사를 모시는 비서의 고민에서 전해지는 작가의 묘사력은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단편의 특성상 거창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짧은 분량에서 전해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소개글을 통해 각 에피소드의 내용을 간단하게 간추려보자면,


"표제작은 [교도관의 눈]이다. 경찰(R현경)에서 기관지를 만드는 에쓰코가 2월호의 메인 기사로 퇴직자들의 수기를 받는 와중에 제출을 거부하는 한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딱히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떠맡게 된 일이라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데,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인쇄소를 비롯한 모두에게 압박을 받는다.


문제의 인물은, 형사를 꿈꾸었으나 끝내 교도관으로 퇴임하게 된 곤도 미야오. 에쓰코는 직접 원고를 받으러 갔다가, 그가 작년 주부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야마노이를 관리했던 교도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곤도는 퇴임을 코앞에 둔 시점에 혼자 형사 놀이를 하며 ‘시체 없는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미제 사건을 쫓고 있었다.


에쓰코는 그저 수기를 받으려고 그가 잠복해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가 예상치 못한 추격전에 휘말리는데…. 에쓰코는 무사히 수기를 받아서 기관지를 완성할 수 있을까. 곤도의 ‘교도관의 눈’은 과연 정확한 것일까. 이참에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전모는 밝혀질까.

[자서전]에서는 방금 방송국에서 해고를 통보받은 프리랜서 작가가 대기업 회장의 자서전 집필을 의뢰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집필자를 고르는 기준도 기상천외할뿐더러 회고를 듣던 중 회장에게서 뭔가 석연찮은 비밀을 감지한 작가는 자신의 미래를 건 도박을 벌이는데….

[말버릇]은 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 일하는 주부가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온 한 모녀와 만나면서, 애써 유지해온 안정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와 마음속에 묻어둔 과거가 충돌하면서 그녀의 직업적 원칙도 흔들리게 되고….

[오전 다섯 시의 칩입자]의 주인공은 현경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중년의 경찰이다. 현경 차원에서 처음 도입한 홈페이지의 책임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자 열심인데, 어느 날 갑자기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크래커가 나타난다. 뜻을 알 수 없는 불어로 남긴 크래커의 메시지를 해독해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사건을 수습하려고 발에 땀이 나도록 동분서주하는데…. 그는 무사히 범인을 색출하고 모든 일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조용한 집]은 지방신문 편집부에 적을 둔 전직 취재 기자가 실수로 낸 오보를 윗선에서 눈치채기 전에 조용히 바로잡으려고 발버둥 치다 살인사건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비서과의 남자]는 현(縣)지사의 오른팔로 신임받던 비서가 한순간에 냉랭해진 지사의 태도에 당황하며 그 원인을 찾아내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의문의 투서가 원인일 것으로 짐작하는데, 진실을 추적해 들어가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작품인 [비서과의 남자]와 [조용한 집]이 가장 재미있었다. 단편집은 가방에 넣어 두고 이동하며 틈틈히 읽거나 아니면 휴가기간에 가져가서 보기 딱 좋다고 생각한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신간 단편집도 그럴만한 장점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모음집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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