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령 2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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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팩션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었다. 정확한 시작은 모르겠지만 [다빈치코드]를 필두로 서양에서도 가상의 역사소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국내작가들도 이에 부응해 꽤 많은 소설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팩션소설의 열기가 사그라들며 가끔씩 신작소설이 나오곤 하는데 워낙 좋아하는 분야인지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팩션소설의 정의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팩션(Faction)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한국식 영어 단어로, 국립국어원은 각색실화라는 순화어를 제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실화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픽션을 섞어 재창조하거나, 나아가 가상의 사건, 인물을 덧붙이는 것, 그렇게 탄생한 작품을 의미한다. 팩션과 현실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픽션의 명확한 기준은 제시된 바 없으며,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이 작품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삼국지연의라던지 다빈치 코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편, 정치적 또는 시사적 목적을 띠는 팩션의 경우, 작가가 현실과 가공의 내용을 자신의 성향에 맞게 취사선택하거나 윤색하면서도 그 결과물에 대해 '픽션이 아닌 팩션' 이라는 식의 수사로 그럴듯하게 의미를 부여하려 할 수 있어, 이를 매우 조심스럽게 수용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팩션'이란 단어는 2000년대 중반 출판사들의 장르소설 홍보 문구로 등장하였으며, 당신들의 조국 같은 대체역사물이나, 라디오 광고까지 했던 뿌리깊은 나무(소설) 등이 대표적 사례였다. 이후로도 은근슬쩍 독립된 장르로 존재해왔던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사조가 독립적 문학으로 인지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나무위키 발췌)"


아무튼 오랜만에 조선시대의 금주령을 소재로 읽어볼만한 팩션소설이 나온것 같아 반가웠다. 조선시대에도 금주령을 발동한 역사적인 기록이 남아있다. 세종대왕때도 금주령이 있었지만, 가장 길고 많이 알려진건 영조임금때의 금주령이었다. 금주령은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작용이 많은 시행령인데 작가는 미국의 마피아 조직과 비슷한 검계라는 조직을 설정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선 21대 왕 영조는 조선 역사에서 나름 많은 업적과 태평성대를 이끈 임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왕인 숙종과 형인 경종의 급사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가 천민 무수리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그의 왕위승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영조가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건 노론의 강력한 지지로 인한 결과라는건 분명한 역사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명민했던 영조는 용상에 올라 노론 세력이 조정을 장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탕평책을 펴서 붕당을 초월하여 고르게 인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탕평책과 더불어 영조가 재위 기간 내내 금주령을 시행했다. 임금의 의도와는 달리 금주령이 시행되면서 탐관들은 단속을 빌미로 백성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더해 밀거래 시장이 확대되는 폐단까지 낳았다.

저자는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국법이었던 금주령을 소재로 왕실과 조정의 암투, 범죄 조직인 검계와 비리 관료들의 오래된 밀차관계 그리고 지방 토호들의 착취등 여러가지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해 장붕익이라는 실제 무관을 중심으로 멋진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뿐만 아니라 사도세자의 죽음에도 상상력을 가미해 당시 시대를 비교적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묘사했다.

원래 역사소설은 아무리 사실을 기초로 하더라도 허구에 가깝다. 그런점을 감안한다면 사실과 허구 그 사이의 지점에 실재했을 법한 소설 속 상황과 사건들을 절묘하게 잘 배치한 팩션소설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금주령]도 그런 범주안에 들어갈만한 소설로 생각된다. 저자의 경력을 고려해볼때 멋진 드라마로 탄생할 가능성도 충부해보인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있는 팩션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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