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리커버 특별판)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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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소설가인 정유정 작가의 초기작이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라는 작품으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해 이름을 알린 후, 원고료 1억의 2009년 제 5회 세계문학상으로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마련한 소설이다. 김화영, 황석영, 박범신, 구효서, 은희경, 김형경, 하응백, 서영채, 김미현 등 쟁쟁한 9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2014년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소개글을 통해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나는 전자요, 후자는 승민이었다. 나는 내 인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자였다. 승민은 자신의 인생을 상대하는 자였다. 나는 운명을 유전형질로 받아들였고, 승민은 획득형질로 여겼다.

우리는 다른 별에서 살아온 외계인들이었다.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라는 점을 빼면 교집합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성미 사나운 운명이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로 우리를 끌고 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운명에 관한 보고서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이다.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퇴원 일주일 만에 다시 세상에서 쫓겨난 참이기도 했다.

승민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이다.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 간의 유산 싸움에 휘말리며 그들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된 신세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나와 승민이 동시에 도착한 곳은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한 정신병원. 우리는 리틀 공주라 불리는 수리희망병원 501호에 나란히 수용된다.

 
승민은 입원 직후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자신을 가둔 둘째 형과 유산 양도서류와 퇴원을 맞바꾸는 거래도 해보지만, 자기 카드만 잃어버리고 만다. 야근 중인 간호사를 습격하고, 출입이 금지된 숲에 들어가고, 사이코드라마 시간을 기차놀이 시간으로 만드는가 하면, 여름휴가를 가는 룸메이트를 통해 외부 연락을 몰래 시도하기도 한다.


연락을 받은 선배가 병동으로 찾아오지만 승민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 모든 탈출구를 차단당한 승민은 광포한 분노발작을 일으키고 간호사실은 약물폭격을 퍼붓는다. 이른바 야수 길들이기. 어떤 징벌로도 제어되지 않던 승민은 이 폭격으로 무릎을 꿇고 만다.

승민이 원하는 건 살고 싶다는 것. 그에게 삶이란, 자신의 인생에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눈이 완전히 멀기 전, 마지막 비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본능이자 의지였고,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나가 원하는 것도 비슷하다. 유령처럼 소리 없이, 평온하게 살고 싶다는 것. 나는 의식적으로 승민과 거리를 두려 애쓰지만, 속절없이 말썽에 휘말리고, 궁지에 빠진다. 아울러 승민의 자유로운 사고와 저돌적인 성격은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내 삶에 혼란을 몰고 온다. 나는 점차 승민을 이해하게 되고 동조자로 변해간다. 그리고 급기야는 승민과 함께 탈출을 도모하기에 이른다.(소개글 발췌)"


수명이라는 화자를 통해 정신병원에 갇힌 두 명의 청년이 엄혹한 현실에 맞서 싸우며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신병원이라는 어떻게 보면 생소한 공간을 아주 리얼하게 그려낸다. 정유정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직접 병원에서 생활을 하며 소설을 위한 스케치를 했다고 후기에 밝힌다.


[내 심장을 쏴라]는 치밀한 얼개와 속도감 넘치는 문체, 살아 있는 캐릭터와 적재적소에 터지는 블랙유머까지, 작가의 문학적인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정유정 작가의 많은 팬을 낳게 한 반석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7년의 밤]이후의 정작가님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기에 생각보다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해서 바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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