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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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진 [검은집]의 작가인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영화 [검은집]의 황정민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여주인공 유선의 신들린듯한 모습이 아직고 생각이 난다. 소설의 완성도도 매우 높아, [검은집]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오르고 이어 데뷔작이 뒤늦게 번역되어 출간된걸로 기억한다.


아사히 생명보험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다가 소설가가된 이색적인 기시 유스케는 모던호러장르에 강점을 보인다. 그의 다른 작품들인 [푸른불꽃], [천사의속삭임], [유리망치]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오래전에 구입했던 데뷔작을 이제야 읽게됐다. 데뷔작인걸 감안한다면 꽤 완성도가 높은편이다. 뒷날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된 작품으로 생각된다.


제목에서 연상될 수 있듯이 다중인격을 가진 소녀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6,0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1995년의 한신대지진. 집과 가족을 잃고 대피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 치료를 돕기 위해 현장에 찾아온 자원봉사자 유카리는 다른 사람의 사고와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16살 소녀 치히로를 만나게 된 유카리는 초능력을 통해 치히로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눈앞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유체이탈과 임사체험을 경험했고, 이후 숙부 내외와 살며 학대를 받아온 치히로는 힘든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그것을 견뎌내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면서 다중인격자가 되었다. 치히로의 여러 인격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던 유카리는 분노와 원망에 가득 차 있는 13번째 인격 '이소라'를 만나게 되는데….(소개글 발췌)"


소설에서는 다중인격만이 아니라 극중 화자겸 주인공에 해당되는 유카리는 다른 사람의 사고와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초능력(엠파시)을 지닌, 이른바 엠파스다. 실제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엠파스라는 특이한 능력을 바탕으로 실제 작가가 1995년 고베대지진 당시의 충격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작가는 멀쩡하던 건물들이 무너지고 무수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죽어 없어지는 광경을 바로 근처에서 목격하면서 머리에 둔기를 얻어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살짝 사회고발적인 요소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원제인 이소라는 일본의 오래된 괴담소설집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이소라는 방탕한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계속 바람을 피우다 결국 기녀와 함께 이소라를 피해 도망가고 만다. 끝까지 남편을 쫓아간 이소라는 생령이 되어 기녀를 죽이고 다시 사령이 되어 남편마저 죽이고 마는 원혼에 찬 귀신이 되었다는 전설을 바탕이 깔려있다.


제3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장편부 가작에 선정되었으며, 2000년에는「ISOLA 다중인격 소녀」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평은 별로 좋지 않은걸로 볼때 굳이 찾아서 볼 필요는 없을것 같다. 소설을 읽고 나서 다중인격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빌리 멀리건에 관한 책이 생각났는데 조만간에 바로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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