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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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해 상반기중에 읽어보려고 따로 빼놓은 몇 권의 책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명저가 있다. 수 많은 유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아이히만에 대해 연구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시대의 화두가 되는 명언을 남긴 책인데, 읽기전 우연하게 한나 아렌트에 관한 그래픽 노블을 발견하고 예습차원으로 먼저 읽어봤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라는 위대한 현대 철학자에 대한 최초의 그래픽 노블로 포브스 선정 2018년 포보스지가 최고의 그래픽 노블로 선정했다. 아울러 한국의 정치학자이자 한국아렌트학회장 김선욱 교수와 아렌트의 마지막 조교인 제롬 콘이 추천한만큼 한정된 지면이지만 아렌트의 주요한 삶에 대한 변곡점을 다루고 있는 흥미진진한 그래픽 노블이다.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주요한 정치사상가이자 현대 철학과 정치이론에 주요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사망 무렵 학자들 사이에서 제한적인 명성을 누렸던 한나 아렌트의 사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와 위상이 높아져, 그의 저작은 거의 모든 주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출간되었을 만큼 그 영향력은 점점 더해져가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나 이마누엘 칸트의 고향인 쾨니히스 베르크에서 자라며 철학에 빠지게 된다. 이후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그리고 난민으로 다양한 삶을 겪게 된다. 그녀의 삶은 20세기를 넘어 난민, 인종차별, 소수자 문제, 극우주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지금 시대에도 매우 의미 있는 지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철학이니만큼 내용의 깊이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그림을 통해 그녀에 대해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그래픽노블인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등장은 아렌트가 이미 대중적 관심사가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악의 평범성, 전체주의,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등 정치사상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개념들은 물론, 기존 한나 아렌트의 저작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삶의 내밀한 면모까지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방점은 세 번째 탈출에 있다. 독일에서의 탈출, 그리고 파리에서의 탈출이라는 앞선 두 번의 탈출과 세 번째의 탈출은 서로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세 번째 탈출 이야기는 그녀의 삶을 넘어 그녀의 핵심적 사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이 세 번째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가 가진 사상의 핵심인 듯 그려내는데,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책은 그 세 번째 탈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볼 기회를 제공한다.”

나치의 박해 속에 여러 나라를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면서도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한나 아렌트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한 1,2차 세계대전과 전체주의가 휩쓸어간 격동의 시대와 함께, 일생의 사랑이었던 철학자 하이데거를 비롯해 발터 벤야민, 프로이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장 뤽 고다르 등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건 덤이다.


이제 평범한 악인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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