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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 - 불안과 기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숙의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평점 :
재작년부터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관련 서적들을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보고 있다. 회화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조각에 관한 서적은 오래전 권진규 작가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 미술에 관심이 없을때임에도 불구하고, 권진규 조각가의 어떻게 보면 불우한 인생과 그의 작품들이 뇌리에 남아있다.
이 책은 저자인 조각가 조숙의가 자신의 작품과 함께 예술에 대한 담론을 에세이 형태로 썼다. 조각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래 전 만났던 권진규 작가의 작품도 생각나고, 책에 언급된 자코메티의 조각들도 떠올려봤다. 살짝 지루하기는 했지만 스탠리 투치가 감독하고, 제프리 러쉬가 자코메티를 연기한 [파이널 포트레이트]를 통해 조각가들의 삶을 얼핏 들여다본 기억도 있다.
저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주관하는 가톨릭 미술상 본상을 수상하고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을 역임한 중견 조각가이며,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교와 예술에 대한 상념을 담담하게 텍스트로 풀어내고 있다. 아울러 자신이 걸어왔던 인생과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영향을 미친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서도 논한다. 저자는 현대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간의 관계가 다변화되고 신과 인간의 관계도 모호해졌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의 생활철학이자 예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숭고의 미학에 대해 언급한다
저자의 현대철학에 대한 관점도 엿볼 수 있으며, 조각가로서의 자신의 작품을 통해 훼손당하고 파편화된 인간의 삶을 어루만짐으로써 상처를 치유해간다고 밝힌다. 아울러 저자는 자신의 작업과정에서 무엇보다 내면에 촛점을 맞춰, 숭고한 마음을 담아서 표현하고 있는것 같다.
조숙의 조각가는 흙과 청동을 통해 인체를 조형하는 과정을 통해 좀더 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표현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각가의 진정성이 담긴 글과 작품을 통해 조각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