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의 수난 - [초특가판]
Carl Theodor Dreyer 감독 / 스카이시네마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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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일 수요일 DVD 평점 5점



연휴 마지막날에 경건한 마음으로 감상한 영화다. [잔다르크의 수난]은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된 위대한 걸작이다. 심지어 나 같은 무신론자가 보더라도 종교적인 감응을 일으킬만큼 어떻게 보면 성스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독 칼 드레이어의 연출력도 연출력이지만 무엇보다 잔 다르크역의 마리아 팔코네티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잔다르크 역을 맡은 마리아 팔코네티는 원래 지방의 연극배우 출신이었다고 한다. 극중 잔다르크가 화형을 당한 나이가 19세였지만 팔코네티는 출연 당시 35세로 배가 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칼 드레이어 감독이 팔코네티의 얼굴 주름도 마음에 든다며 그녀를 캐스팅했는데 영화에서 고스란히 그려진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잔다르크가 지닌 시골처녀의 순박함과 순교자의 열정을 혼신의 힘을 다해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수개월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잔다르크의 종교 재판을 마치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인듯 시간을 압축시켜 다루고 있으며 시종일관 잔다르크를 핍박하는 이들과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교차시키는 수법으로 수난의 시간을 잔혹하다고 할 정도로 부각시킨다.


영화의 시놉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1431년 2월14일, 루앙의 종교재판소에서는 잔 다르크가 마녀인지 성녀인지를 가늠하는 마지막 공판이 진행 중이다. 그녀는 스스로 신의 부름을 받고, 샤를 7세의 즉위에 공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관을 비롯한 신학자들은 잔 다르크에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신의 부름에 대한 확신, 대천사 미카엘에게 받은 계시 등의 내용을 캐묻는다. 이에 잔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은 뒤, 이런 인간적 관습들은 모두 초월했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게다가 신으로부터 영혼의 안위를 보장받았기 때문에 재판관과 교황청이 자신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답한다.

이에 재판관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이후 니콜라스를 내세워 그들은 샤를 왕의 친서를 조작한다. 그리고 잔 다르크 스스로 이단이라고 고백하도록 회유한다. 고뇌하던 잔은 마지막 미사를 드리려고 시도하지만, 이마저 거절당한다. 결국 그녀는 형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간다."


시대적인 배경을 조금이라도 알고보면 영화를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 백년전쟁을 벌였던 프랑스와 영국사이에서 패전이 짙어가던 프랑스를 살려낸 잔다르크가 다시 전쟁에 출전해 상대편인 잉글랜드와 부르고뉴 연합에게 포로로 잡힌다. 연합군은 프랑스에게 높은 몸값을 요구했으나 끝내 자신이 목숨을 바친 프랑스에게 버림을 받고 찰스 6세의 대리인에게 재판을 받는 과정이 그려진다.


칼 드레이어의 클로즈업 화면이 러닝 타임 내내 연기처럼 다뤄진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담아낸 클로즈업을 통해 마리아 팔코네티의 순교자적인 희생과 구원의 이미지가 깊이 뇌리에 아로새겨진다. 이 영화는 칼 드레이어의 마지막 무성영화이자 잔 다르크를 다룬 가장 뛰어난 영화로서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개봉 당시 비평적으로는 큰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은 매우 저조했다고 한다.

감독의 다른 작품과 달리 잔 다르크의 실제 재판의 공식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잔 다르크를 시성한 지 8년 후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년 후에 만들어졌는데 두 사건 모두 드레이어의 해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431년에 영국점령군이 쓴 투구는 1차대전 당시 영국군의 철모와 비슷하며, 1928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역사적 다큐멘터리로 보았다고 한다.

아울러 칼 드레이어의 연출력에 위에도 언급했듯이 마리아 팔코네티의 연기가 빛을 발한 영화다. 그녀는 드레이어의 지시에 따라 분장을 하지 않고 연기했다. 팔코네티는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후에는 한번도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녀의 영화로 세계영화사에 오랫동안 살아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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