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챙이 위로 말려 올라가 코미디언이나 쓸 법한 버니의중절모가 쓸쓸한 노후를 상징하는 소용돌이 모양의 모자걸이에걸려 있었다. 코델리아는 어깨에 멘 가방을 더듬어 열쇠를 찾았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가장 필요한 물건은 가방 맨 아래에 틀어박혀 있었다. 스파쇼트 부인은 다가올 트라우마로부터 자신을떼어놓으려는 듯 덜컥 소리를 내며 타자를 시작했다. 소음 너머로 그녀가 방어적으로 말했다.
"책상 위에 편지가 하나 있어요.‘

코델리아는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버니는 그 일로 심하게 씁쓸해하지도 않았어요."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었겠어? 결과를 받아들이자, 그게내 좌우명이야. 자기는 이제 다른 일을 찾아봐야지?"
그나풀은 코델리아가 떠나면 탐정사무소가 제 수중에 들어오기라도 하는 듯이 탐욕스럽게 말했다.
"아직은 아니에요. 당장은 새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하나, 월세를 낼 돈이 한 푼이라도 남아 있는 한 버니의 사업을 이어갈 것이다. 둘, 살아 있는 한다시는 이곳 골든 페전트 술집에 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가씨는 돈 때문에 이 일을 맡았겠죠? 뭐, 안 될 건 없지. 하지만 내가 아가씨였다면 그런 식으로는 계속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 일에 사적으로 너무 깊숙이 관여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되니까요. 게다가 죽은 사람 일이라면 현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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