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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히로시마 - [초특가판]
엘레인 레스네 감독, 엠마뉴엘 리바 출연 / 스카이시네마 / 2004년 2월
평점 :
2021년 12월 29일 수요일 DVD 평점 3.5점
프랑스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공고히했던 시네 아티스트 알랭 레네 감독의 1959년도 작품이다. 프랑스와 일본의 합작영화로 원작자인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직접 각본을 썼다. 프랑스 여배우인 에마뉘엘 리바와 일본 배우 오카다 에이지가 남여 주연을 맡아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짧은 기간 동안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알렝 레네 감독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1922년 프랑스의 브리따니 반느에서 태어난 알랭 레네는 어려서 천식을 앓았기 때문에 정규교육을 제대로 이수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알랭 레네는 프랑스의 고급문화로 대변되는 기성문화로부터 떨어져 변방의 대중문화들을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레네를 매료시켰던 것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작품과 모험소설, 특히 다양한 만화책이었다고 한다. 알랭 레네에 관한 책을 쓴 제임스 모나코는 어린시절 알랭 레네가 열광했던 만화책들이 그의 특징적인 스타일로 알려진 몽타쥬 기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레네의 영화인생은 12살때 생일선물로 받은 8mm 무비카메라와 함께 퍽 이른 나이에 시작된다. 이미 이때부터 영화를 찍어 자기 방에 작은 극장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곤 했던 꼬마 영화광은 루이 푀이야드의 유명한 범죄영화시리즈 〈팡토마〉를 리메이크하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영화적 야심이 컸다. 본격적인 영화수업은 파리국립영화학교(IDHEC)에 입학하면서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업이 너무 이론적이라는 이유로 레네는 입학한지 1년이 지나자마자 학교를 나와버린다. 그리고 마르그리트 뒤라스, 알랭 로브 그리예와 같은 누보로망의 작가들과 교분을 쌓으며 독자적으로 단편영화들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
당시 프랑스는 누벨바그의 열기로 가득했지만 레네는 조금 멀리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갔다. 대부분의 누벨바그 감독들이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노선을 구축했다면 레네는 위에 언급한 작가들과 더불어 아네스 바르다, 크리스 마커 등과 함께 좌안파(Left Bank Group) 그룹을 이루었다. 이들은 정치적인 좌익의 입장에 서서 사회에 대한 좀 더 적극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였고, 모더니즘 작가군들과 긴밀한 연대를 형성하였다.
1948년 레네는 35mm 첫 단편영화 〈반 고흐〉를 만든 이후 〈폴 고갱〉, 〈게르니카〉 등의 단편을 만든 레네는 1955년 그의 단편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알려진 작품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 〈밤과 안개〉를 완성한다.
나치 수용소와 대량학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과거의 기억으로서 캠프를 살아있는 현재의 문제로 되살려낸 대단히 용감한 정치적 시도를 보여주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이후 국립도서관에 관한 짧은 이후 다큐멘터리 〈세상의 모든 기억〉. 폴리스티렌의 제조과정을 거꾸로 담은 〈스티렌의 노래〉를 만들며 작가적 훈련기를 가진다.
그의 영화 편력은 다큐멘터리에서 전위영화에 이르는 실험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들뢰즈는 전후의 새로운 영화, 새로운 이미지의 기능, 새로운 정치, 새로운 예술적 목적으로 다시 태어난 위대하고 특징적인 작품이야말로 레네의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의 혼합을 보여주는 레네의 영화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너무 난해한 것이었다.
[지난해 마리앙드 바에서](1961)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다분히 자기반영적이라고 할 수 잇는 의식의 과잉은 초점없는 카메라의 이동을 통해 이완된다. 레네가 표현하는 시간의 딜레마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주도면밀한 관찰이 숨어있다. 이러한 경향은 그의 다른 작품들인 〈뮤리엘〉(1963), 〈전쟁이 끝나다〉(1966), 〈사랑해 사랑래〉(1968), 〈스타비스키〉(1974), 〈신의 섭리〉(1977), 〈삶은 소설이다〉(1983)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이다.
같은 시대에 출발한 많은 감독들이 사라지거나 활동을 중단한 것에 반해 알랭 레네는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09년 ‘잡초‘, 2012년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등을 연이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려놓으며 변함없는 연출력을 발휘해왔다. 마지막 작품은 2013년 발표한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 이다.(네이버 발췌)
다음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1957년 8월 평화를 주제로 한 영화 촬영차 프랑스 여배우 엘르(에마뉘엘 리바)가 원폭의 도시 히로시마에 온다. 그녀는 프랑스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일본인 건축가 루이(오카다 에이지)를 만난다. 그녀는 그를 보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프랑스의 느베르에서 그녀가 사랑했던 독일군 병사를 생각한다. 병사는 그녀의 눈앞에서 사살되었고 그녀는 머리를 삭발당한 채 지하실에 감금되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같은 시간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어 건축가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는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때문에 그들의 정사는 공허하게 끝난다.˝
1959년 칸영화제에서 상영 당시 관객들의 상당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의 초반 히로시마 원폭의 참상이 다큐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이어서 여주인공의 과거가 오버랩되며 유렵과 아시아에 벌어졌던 전쟁의 참상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아울러 주인공의 회상에 따라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차별점을 지닌 영화로 기억된다. 아무튼 오랜 세월이 흘렀을지라도 상당히 세련된 영화임을 부인할 수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