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이 우스워지길 바란다. 이 책이 목표가아니라 과정이길 바란다. 결과물이 아니라 도구가 되길 바란다. 계단이 되길 바란다. 아는 게 많아져서 뿌듯해 하기보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는 사실에 재미있어하길 바란다. 이야기를 시작하기보다 듣기를 시작하길 바란다. 내 것을 세상에 보여 주기보다 세상의 미세한 틈을 관찰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새로워지길 바란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 사람임을, 그래서 삶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매일매일 이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 역시 날마다그런 사람이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요즘은 거절을 잘한다. 돈이나 관계나 또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억지로 시작한 일들은 대부분 도중에 후회하게 되었다.
그런 후회가 쌓이다 보니 ‘아, 이런 일은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어‘라는 정보가 축적되었다. 잘할 수 있는 일은 더 잘할수 있게, 잘할 수 없는 일은 아예 시작이 되지 않게 하는 요령을 조금은 터득하게 됐다.
여러 번 관람한 영화가 많다. 처음 볼 때는 주로 이야기와 주인공의 대사와 플롯에 매료된다. 아마도 소설가라 더 그럴것이다. 인물들의 사연과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에 머무르는지 관찰한다. 영화 평론가들은 연기와 연출과 의상과 편집과 미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데, 그런 능력은 절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상관없다.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여러 번보면 된다.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거기서 매번 새로운 걸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