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띵 시리즈 10
배순탁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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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을 처음 맛본건 필동면옥이었다. 대략 십오년전쯤으로 생각된다. 그때 같이 갔던분이 책의 부제처럼 처음에는 별로인것 같은데 자꾸 좋아지는 음식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별로이지 않았고 괜찮았다. 그때 해장용으로 먹었는데 육수 리필을 요청해서 마구 드링킹했던 생각도 난다.

아무튼 이후 가끔 생각날때마다 평양냉면을 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전도까지 했다. 어떤 후배는 평양냉면 성애자가 되면서 만날때마다 평냉 사달라고 졸라서 그만 좀 먹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ㅋ 저자는 필동면옥과 같은 문파인 을지면옥에서 처음 접했다고 하는데 나와 비슷한 입맛을 가지신것 같다. 필동이나 을지나 제육에 찍어먹는 마성의 양념장을 애정한다는점에서 동지의식을 느꼈다.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에세이인 띵시리즈의 열번째권이다. 저자는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배순탁의 B사이드] 진행자로도 활동중이며 방송가에 소문난 평양냉면 애호가라고 한다. 배순탁 작가도 평양냉면집에 처음 자신을 데려간 선배를 하마터면 때릴 뻔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첫 경험 이후로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제 널리 알려져 서울에만해도 수 많은 관련 음식점이있다.

맛집 블로그로 시작을 했던지라 한때 평양냉면 사대천황이니 뭐니 했던 말들과 함께 열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만큼 소수의 음식점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던지라 비교적 비싼 단가에도 감사하며 먹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처음에는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것으로 이야기가 되며 비싼 단가도 이해를 할 수 있었는데 우래옥 마법의 비밀이 소고기 다시다였다는 사실이 조명되며 살짝 실망하기도 했다. 엠에스지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사실 어떤 음식점의 16,000원의 가격은 납득하기 힘든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더욱 많은 음식점이 생기며 단가는 아무래도 내려가지 않을까 추측된다.

이 책은 평양냉면 전문점에 대한 탐방기나 맛에 대한 평가서는 아니다. 그냥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유쾌하게 써내려간 에세이쯤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저자가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저자가 말하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동감하는 지점이 많았다. 이른바 평부심과 함께 식초와 겨자, 가위로 면을 자르는 행위에 대해 질겁하는 애호가들의 자세에 대한 지적은 상당히 비슷한 생각이다.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대로 먹으면 되는거지 말이다.

아무리 평양냉면에 대한 책이라고 하지만 음악 평론가이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오래 일해온 작가인 만큼,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니, 사실 평양냉면 이야기를 하다 말고 자꾸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샛길로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 일쑤다. 이것이 냉면 관련 책인지 음악 관련 책인지 헷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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