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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요즘 한국사회 특히 보다 젊은층들에게 공정의 이슈가 주된 키워드로 작용된다. 이른바 조국사태도 결국 공정이라는 요소에 의해 그렇게 가혹한 단죄가 이루어졌다. 조희연 교육감도 자녀들은 특목고로 보냈지만 자신은 특목고에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결국 내로남불과 공정함이 그의 다른 정책을 묻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만큼 양극화가 가속되며 부익부 빈익빈이 확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좀더 세밀하게 좁혀보면 대학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몇 십년전만 하더라도 개천에 용이 나는게 가능하지만 지금은 미꾸라지도 어려운 현실이다. 수시보다 정시를 확대하면 좀더 공정하지 않을것이냐는 생각도 옳지 못하다. 그 어떤 방향으로 잡아도 결국 가진자에게 유리하게 되는 구조다. 결국 죽창들고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될텐데 이도 쉽지 않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마이클 센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이 작년 연말에 출간되고 리커버 에디션이 나온걸로 봐서 많은 사람들이 읽은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작년 연말에 나오자마자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읽게됐다. 책을 읽으며 미국사회도 한국사회와 정말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사회는 미국 개신교, 그러니까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이런 현상이 증명하는것 같다.
청교도가 세운 나라인 미국은 전통적으로 능력주의의 틀에 갇혀있다. 수 많은 자기계발서와 시크릿류의 믿음등 모든건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라는 원칙이 미국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에서도 이런 믿음이 작동된다. 저자인 마이클 센델은 이런 능력주의가 과연 옳은것인가에 대한 의문들 던지며 책을 시작한다.
작년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아울러 재난지원금의 차등지급등 여러가지 이슈들이 공정이라는 이슈에 가로 막혀있는데 청와대에서는 하나의 공정이 또 다른 불공정을 부르는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젊은 남성들에게 특히 비판을 받는건 여성에게 좀더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을 사용하며 다시 불공정함을 느끼게 만든데 큰 원인이 있다 할것이다. 이른바 군가산점도 없고 아무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군대에 끌려가고 싶은 남자들이 있을까? 이제 어떤 정책이라도 공정함을 비껴가는 느낌을 안겨줄때 많은 표를 잃게 될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으로,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다. 마이크 샌델은 이 책을 통해 미국사회에 깔려있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주의가 과연 옳은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대학진학에 부와 일종의 권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갈수록 계층이동이 우려워지고 불평등의 확산과 함께 부의 편중이 가속화되고있다. 센델은 능력주의 제도에서 굳어진 성공과 실패가 모두 본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센델은 귀족주의 사회와 능력주의 사회의 예시를 통찰력있게 정리한다.
˝두 나라가 있다고 해보자. 둘 다 재산과 소득에서 매우 불평등하다(불평등의 정도는 두 나라가 같다). 한 사회는 귀족정이며 소득과 재산은 어떤 집에서 태어나느냐에 달려 있고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다른 한 사회는 능력주의 사회다. 재산과 소득의 불평등은 세습 특권에 따른 것이 아니고, 각자가 노력과 재능에 따라 얻은 결과물이다. 당연히 후자가 더 정의롭게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날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신은 둘 중 어떤 사회에 태어나고 싶은가? 내가 부자일 경우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귀족제 사회가 정답일 것이다. 내가 가난하다면 노력으로 사회적 상승의 기회를 갖는 사회를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정반대로 생각할 점이 있다. 귀족제 사회의 부자는 자신의 특권이 성취가 아닌 행운임을 인식할 것이며, 빈자는 자신의 불행이 내 탓이 아닌 불운이라 생각할 것이다. 삶이 고달프긴 해도 이렇게 태어난 운이 문제인 거지, 스스로를 탓하며 자괴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
반대로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부자는 자신의 성공이 행운이 아닌 성취임을 인식해 당당히 자랑스러워 할 것이며, 빈자는 부족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저주하면서 깊은 좌절에 빠질 것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어느 사회를 택할 것인가? 당신은 어느 사회가 더 낫다(또는 정의롭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 CHAPTER 5. 성공의 윤리학 中 일부 내용 축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며 벌어진 현상도 결국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이 왜 그를 찍었는가 말해준다. 결국 소위 말하는 진보층들의 잘난체와 뻐김에 대해 심판을 한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윤모씨가 그런 지지를 받는것도 비슷한 기제에 의해 작동되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아무튼 마이클 센델의 이 책은 요즘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현명한 통찰력을 제시해준다. 센델의 다른 책에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씌여져있기 때문에 누구나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공정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꼭 읽어보실것을 강추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