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법의학자가 쓴 책이다. 보통 드라마에 나오는 법의학전문가들은 뭔가 음침한 분위기에서 다소 괴팍스러운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실제 법의학자들이 일반인들과 큰 차이 없이 살아간다고 말한다.시체를 해부하거나 죽음게 관한 증거를 수집하는건 일에 관한 부분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영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일뿐 아니라 여러가지 죽음의 형태를 극복하려면 나름 강인한 사고방식을 지닌분들이 아닐까 생각된다.저자인 클라아스 부쉬만은 독일의 법의학자로 유럽 대표 병원인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법의학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 법의학 연구소 부대표를 맡고 있으며 검찰의 의뢰를 받아 살인과 자살, 과실로 인한 사망 사건 등을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이 책은 그가 법의학자로 활동하며 인상 깊었던 12가지 사건을 추려서 텍스트로 정리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 그리고 현장에서 검거된 잔인한 살인사건등 다양한 죽음을 통해 삶의 단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현대인은 타인의 죽음에서 배제되고 있는지라 평생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기 쉽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실제 법의학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추상적으로 그렸던 죽음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사실 남의 죽음을 흥미로 본다는건 조금 그렇지만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전체 사망자 중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8.7%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략 10명 중 1명이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들은 살인사건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많은 장르소설이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건들을 보는건 또 다른 경험을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독일을 대표하는 법의학자인 저자가 꼽은 안타까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떻게 보면 소설보다 더 스릴있게 다가온다. 페트리사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도 구입하고 전부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참에 하나씩 클리어해야겠다. 장르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