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장편대하소설이다. 작가는 196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가족 이민으로 뉴욕 퀸즈에 정착했다. 이후 예일대학에 진학하며 변호사로 활동중 건강문제로 인해 그만두고 어렸을때부터 꿈꿔왔던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현재 그녀는 제인 오스틴과 비견되며 미국문단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활동중이다.

얼마 전 읽었던 또 하나의 재미작가인 정윤 작가의 작품인 [안전한 나의 집] 번역본을 읽었는데, 역시 재미교포라서 그런지 한국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뭔가 살짝 어색한 지점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부모들 슬하에서 자란 1.5세 재미교포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감성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이니치라고 불리기도 하는 재일교포의 삶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아직까지 민족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내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의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밀도있게 풀어낸다. 저자가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때였다. 이후 그들의 이야기를 꼭 한 번 텍스트로 풀어내겠다는 꿈을 품고 무려 30년만에 이 작품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너무나 가난해서 기형으로 태어난 훈이에게 시집가는 양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양진의 딸 선자는 다행히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나긴 했지만, 후에 오사카에서 온 야쿠자 고한수의 유혹에 넘어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한수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자가 절망에 빠지자, 하숙집에 손님으로 와 있던 목사 이삭이 선자와 결혼해서 그녀를 절망의 나락에서 구해내고 자신의 형 요셉 가족이 살고 있는 오사카에 데려간다.

오사카로 간 선자는 고한수의 아이인 노아를 낳은 후, 이삭의 아들 모자수도 낳는다. 공부를 잘하는 노아는 와세다대학에 들어가지만, 결국은 일본 사회에서의 출세를 포기하게 된다. 한편 공부에 소질이 없던 모자수는 바로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낸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미국 유학을 통해 국제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지만, 결국에는 솔로몬 역시 아버지의 파친코사업을 물려받겠다고 선언한다.(소개글 발췌)˝

작품해설을 통해 이 작품의 의미를 좀더 살펴보자면,

˝파친코는 운명을 알 수 없는 도박이라는 점에서 재일교포들의 삶을 상징하는 좋은 은유라고 할 수 있다. 뜻밖의 횡재를 할 수도 있지만 일시에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친코 운영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줄 수는 있으나 야쿠자와의 연관성 때문에 폭력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일교포들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다. 편견으로 점철된 타국에서 파친코는 재일교포들에게 돈과 권력과 신분의 상승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파친코는 단순한 도박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국민이지만, 아무도 국민이 당하는 고난에 책임지는 사람은없었다. 나라를 잘못 운영해서 나라를 빼앗기고, 국민을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로 떠나보낸 우리의 무능한 정치가들은 그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지지 않았다.

파친코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것은 곧 어려운 시기에문제가 많은 나라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역사가 우리를 망치고,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쳐도 국민들은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파친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희망과 극복이다. - 작품 해설중에서˝

거의 백 여년과 4대에 걸친 오랜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살짝 이질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훌륭한 작품을 써낸 이민진 작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튼 나라가 흔들리면 국민들의 삶은 신산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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