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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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개봉영화를 한 편 이상 감상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해 무척 신경이 쓰였는데 극장에서 나름 방역도 철저히 하는것 같고, 내가 보는 영화들이 별로 관객이 없을뿐더러 주로 주말 오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쾌적하게 감상한다. 주중에는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서 위시리스트에 넣어놨던 영화를 출퇴근시 감상한다.

마지막으로 보유 디비디를 이용해 홈씨어터를 즐기는데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비용은 제일 많이 소요됐지만 활용도가 좀 떨어져 아쉽다. 물론 은퇴를 하면 가장 많이 사용할것 같기는 하다. 디비디 타이틀도 이것 저것 다양하게 가지고 있지만 그중 한 섹션이 고전영화다. 가끔씩 고전영화를 보고 리뷰를 올리기도 하는데 가이드로 영화에 관한 책들을 살펴본다. 이 책은 그런 차원에서 구입해 읽어봤다.

저자는 유종호 교수로 한국 문단의 1세대 평론가이자, 섬세하고 날카로운 언어감각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다는 정평을 얻고 있는분이다. 정통 문학평론 이외에 에세이나 꽤 많은 책들을 내셨는데 이 책도 그중 한 권이다. 우연히 술 자리에서 영화에 대해 논하다가 신문의 칼럼제의를 받고 세계일보에 연재한 원고를 모아 이렇게 책으로 펴내셨다고 한다.

아무래도 전문 영화평론가가 아닐뿐더러 연세가 있으신지라 문체가 다소 고루하고 영화에 관한 정보가 조금 단면적인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색다르게 다가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교수님은 책에서 겸손하게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고도로 예술적이고 첨단적인, 난해한 영화도 있다. 그것은 훈련된 관객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룬 영화는 작품의질과 관객 호응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들이다. 그 점에 의지해서 마음 놓고 이 글을 썼다. 오래전에 본 영화를 얘기하다 보니 착오가 있을 것이다. 고의성 없는
착오는 삶의 한 형식인 회상의 불가피한 속성이라 생각하고 양해해 주기 바란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적은 경우도 있지만 배우 이름
으로 대신한 것도 많다. 영화 얘기할 때 흔히들 하는 일이니 역시 양해해 주기 바란다.˝

그래도 나름 알차게 영화를 소개하신다.

˝1830년의 연대기란 부제가 달린 스탕달의 [적과 흑]을 영화화한 문예 영화이다. 요즘 문예 영화란 말은 사라졌지만 문학 작품을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화한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특히 미국영화에서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했으되 자유롭게 각색한 작품이 많아지고 또 영화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슬그머니 사라지게 되었다. 1054년에 제작된 이 색채 영화는 1950년대에 관람한바 있지만 최근에 디브이디로 다시 구경했다. 역시 오래된 영화라 템포가 더디고 장면 변화가 굼뜨지만 그렇기 때문에 옛 영화특유의 한가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별미였다. 알몸의
베드 신이없는 것도 옛 영화답다.˝

총 66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이중 절반정도 감상한것 같은데 못 본 영화중에 관심이 가는 영화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역시 영화에 관한 책을 읽게 되면 이런 부작용이 덤으로 따라온다. 그중 프랑스 영화인 [인생유전(천국의 아이들)]에 가장 관심이 간다. 김수영 시인이 일기에서 이 영화에 대해 엄청난 혹평을 남겨놓았다는 글을 읽고 더 궁금해졌다. 아무튼 노교수의 영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무척 흥미로웠다.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저자가 적시적소에 배치한 인용 역시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를 넓히거나 비판의 연장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 유전」에서는 이미 작고한 김수영과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대목이 흥미롭다.

김수영은 일기에서 [인생 유전]은 시시한 영화다. 그 제목부터가 고색창연하였고 내용도 구태의연하다. 나는 이 종류의 불란서적 리얼리즘을 극도로 싫어한다. 결국 [인생 유전]은 불란서적 영화 협잡이다. 그것을 모르고 아직도 불란서 영화라면 모두가 예술 영화이며 일류 영화라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나의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질식시킨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애증과 호오(好惡)가 분명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어 흥미롭기는 하나 수긍은 가지 않는다.라고 쓰며 이 영화의 대하 소설과 같은 장대한 흐름과 예술적 장면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영화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누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저자의 깊고 넓은 지적 세계를 실감하게 한다.(소개글 발췌)˝

역시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 봐야 될 영화도 매우 많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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