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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달리기 -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ㅣ 아무튼 시리즈 33
김상민 지음 / 위고 / 2020년 10월
평점 :
대략 십여년전 한강변을 뛰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했다. 당시 928 수복기념 마라톤인가 그랬는데, 당시 초절정 인기를 누리던 해병대 현빈이 참가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기억이 난다. 사실 10키로 이상 뛰어본게 처음이었는데, 마라톤 완주 수십번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도와줘서 다행히 메달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담주 내내 고생했다. 오래 전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는데 무리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달리기는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트래킹과 걷기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의사한테 상의를 하고 언젠가는 마라톤에 도전해볼 생각은 아직 남아있다.
이 책은 교보샘 샘통북통 패키지의 일환으로 읽어줬다.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가볍게 읽기 딱 좋은 책인것 같다. 이 번 패키지는 아무튼 시리즈중에서 운동을 중심으로 엮었다. 각 권의 주제는 피트니스, 달리기, 요가, 스윙이었다. 그중 못다 이룬 마라톤 완주의 꿈을 떠올려보고자 첫번째로 선택했다.
저자는 낮에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고 한다. 달리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실연의 고통을 잊고자 어느 날 밤 집 근처에서 달리기 반, 걷기 반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5,000km를 달렸다. 주로 늦은 밤에 성수동과 중랑천 일대를 달린다. 2017년 파리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베를린, 시카고, 오사카 그리고 서울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달리기가 마라톤 완주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재미있게 서술됐다. 아울러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달리기를 시작해볼 생각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달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 1인분의 운동
달리기는 1인분의 운동이다. 축구의 ‘골’처럼 극적인 순간이 있다거나 농구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지도 않는다. 나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일이다 보니 팀플레이의 끈끈한 맛도 없다. 혼자 하는 운동들, 가령 요가나 수영과 비교해봐도 뭔가 머쓱해진다. 요가처럼 수많은 자세들을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드는 재미도, 수영의 다양한 영법을 마스터해가는 과정도 달리기와는 조금 먼 얘기다. 러닝의 꽃이라 하면 마라톤인데 그조차도 언뜻 보기엔 몇 시간 동안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달리는가.
-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한한 확장에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그때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특히 자연이 빚는 삶의 생기에 감각은 한껏 예민해진다. 해가 어제보다 얼마나 짧아졌는지, 집 앞 숲길의 잎들이 얼마나 무성해졌는지, 나무에 열매는 맺혔는지, 바람이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 일상에서는 기껏해야 출퇴근 시간에나 마주치고, 그마저도 쫓기듯 스쳐 보내는 풍경들이 달리는 순간만큼은 있는 그대로 나를 관통한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비운 생각의 틈에서 나의 삶을 조용히 감싸고 있던 것들은 엑스트라에서 주연으로 올라선다.
-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
이렇게 자연의 꿈틀거림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매번 생경하다. 아마 그건 미동 없는 내 일상과 대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가던 마음이 달리며 조우하는 자연의 숨소리 덕분에 말랑해진다. 덩달아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생기 역시 다시금 호흡하며 살아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오늘 밤 첫 달리기를 시도한다면 그건 실패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견된 실패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해도 좋다. 약간의 뻔뻔함은 도전하려는 마음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방패를 앞세워 슬금슬금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