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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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관한 니얼 퍼거슨의 신작이다. 저자는 잘 알려진 대로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다. 이 책도 최고의 경제사학자인 그의 명성에 걸맞게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요즘 상황을 재앙의 역사를 통해 꼼꼼하게 고찰한다. 저자는 고대 로마의 폼페이, 중세의 페스트, 현대의 체르노빌과 코로나19 유행까지, 반복되는 사건들의 현장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다.

2021년 가을 현재, 코로나19사태의 전체적인 종식은 아직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으로 우리 세상이 옛날의 평온했던 때를 회복하게
될지, 아니면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더 심각한 재난들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인류가 처한 상태가 보수적 현실주의로 대처할 상황인지 급진적 이상주의로 대처해야 할 상황인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니얼 퍼거슨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코로나로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가오는가코로나 19조차 아직 종식되지 않은 지금, 다음에 찾아올 재난이 무엇인지를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재난이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과, 발달된방역 시스템이나 의료 기술을 갖춘다 하더라도 재난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명사회가 재난에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진화된 정치 시스템이나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회복재생력과 함께 위기에더 강한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됐든 재난은 그것이 벌어지는 사회와 국가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어떤 사회와 국가는 깨지기 쉽고, 또 다른 사회와 국가는 회복재생력이 크며, 일부 사회와국가는 앤티프래절anti-fragile‘, 즉 재난을 버텨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 더 강해진다는 점을 드러내는 진실의순간이자 계시의 순간인 것이다. 재난은 정치, 경제, 문화에심대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것의 성격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바와 정반대일 때가 많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번 팬데믹이 우리의 지구적 산업 문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근본적인 숙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난을 계기로 더욱 강해지는 성격의 사회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기후위기나 생태위기의 문제도 같이 병행해서 해결할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살짝 벽돌책에 가까운 방대한 양이지만 책은 쉽게 잘 읽히고 재미있다. 냉정한 그의 분석안에 사그라들지 않은 희망의 불씨를 본것도 이 책에서 얻은 소득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팬데믹의 위기가 마치 순전히 소수의 사악한 대통령 및 총리 개개인들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려 한사코 애쓰는 유치한 언론 매체들에 대해서도 응당 변화를일구어내야 한다. 

이렇게 한심한 상태로 정체되어 있었던 제도 및 기관들이 이번 재난을 통해 크게 흔들려 버린다면, 우리는 2020년까지만해도 오로지 퇴행의 추세만을 보여주던 이곳저곳에서 다시금 진보가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우리 시스템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가 드러났으니, 그러한 부분들을 없앤다면 코로나19는 오히려 우리를 더욱 건강하고 강력하게 만들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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