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의 과학계에는 전반적으로 긴박감과 결의가 감돌았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뛰어들어 연구, 협력, 논문 발표의 장벽을 허물었다. 그러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다. 나는 역학, 바이러스학, 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분야의 학자들과 함께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정보성 글을 게시했다. 다룬 내용은 아동과 노인의 사망률, ‘곡선을 평탄화‘ 해야 하는 이유, 감염 후 형성되는 면역의 특성, 중국의 과감한 대처방식 등이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생물학적 · 사회적으로 조망하고, 인류가 과거에 비슷한 재난들을 어떻게 겪어 냈는지 알아보고,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 설명하고자 한다. 큰 아픔은 있겠지만 이 상황은 끝나기 마련이다. 내가 치명적 전염병 분야에 나름의 소견을 갖게 된 것은 여러 방면의 경험 덕분이다. 나는 다년간 공중보건을 가르쳤고, 국제적 공중보건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호스피스 전문의로 일하며 죽음을 앞둔 환자와 유족들을 돌봤고, 네트워크 과학으로 전염 현상을 분석했으며, 사회학자로서 사회현상을 연구했다.
후에 과학자들은 그 첫 감염이 일어난 곳을 우한의 화난 南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짐작했다. 최초 보고된 환자 중에 그 시장의 상인이나 손님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경위는 분명치 않았다. 화난시장과 같은 시장을 영어로는 ‘옛 마켓wet market‘이라고 부른다. 채소와 과일, 활어, 생고기, 살아 있는 동물을 파는 시장을 가리킨다. 그런 시장에선 때때로 고슴도치, 오소리, 뱀, 멧비둘기 등 야생동물을 팔기도 한다. 일부 동물은 즉석에서 도축해 파는데, 청소하느라 뿌린 물로 바닥이 항상 젖어 있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화난시장에서 박쥐는 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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