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쇠퇴하기 시작하는 운명의 계기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이는 틀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시대의 제국들이라 할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하나같이 팬데믹에 대해 엉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사태에 잘 대처한 나라들이 시진핑의 지구적 파놉티콘에 기꺼이 몸을 던지려 할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오히려여러 면에서 볼 때 이번 위기는 미국의 권력이 여전하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금융의 관점에서 봐도, 백신개발 경쟁이나 기술 경쟁의 관점에서 봐도 그러하다. 미국이 망해가고 있다는 소문은 그 전에도 여러 번 있었듯이번에도 과장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장으로 인해 냉전뿐 아니라 열전까지 벌어질 위험도 점점 높아지고있다.
국가들은 그것들이 갖는 여러 제도가 재난을 예견하고, 그 충격을 통제하며, 그에 따라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서만 결속하고 번성한다. 이 팬데믹이 끝날 무렵이면 많은 나라들의 제도들은 완전히 실패했음이 인지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객관적으로 정당한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38
" 다. 48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2004년 4월 13일에 이렇게 선언한다. "우리는 제국의 권력이 아닙니다. (..) 우리는 해방의 권력입니다. 49 국방부 장관 럼즈펠드도 이…" 말을 그대로 받았다. "우리는 군대를 끌고 전 세계를 쏘다니며 다른 이들의 땅이나 자원, 석유를 뺏는 그런 자들이 아닙니다." 그는 알자지라Al Jazeera에 이렇게 말했다. 이는 미국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한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행동 방식이 아닙니다. 50 이렇듯 안심시키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미국 바깥에는 거의 없었다. 냉전 기간 동안 미국이 겪었던 분쟁에 비추어봤을 때 이런 테러와의 세계적 전쟁‘은 그 비용이 아주 낮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이루어졌던 이라크 해방 작전 Operation Ingi Freedom)‘에서는 3,490명의 미군
서의 재앙을 피해가게 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빌 클린턴이 보스니아의 해체나 르완다 인종학살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시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부터 뉴올리언스를 구출하거나 2008년 금융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다고, 오바마는 시리아 내전을 피하거나 조속히 끝내고 또 수십만의 미국인들을약물과용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이 모든 주장들은 톨스토이가 말하는 나폴레옹 오류의 다른 버전들일뿐으로, 미국 대통령을 전능한 집행자라 상상하고선 정치적 재난에 따르기 마련인 복잡성을 너무나도 크게 무시해버리는 일이다. 실제의 대통령은 관료적 위계 조직의 꼭대기에 올라앉은 한 개인일 뿐이며, 지난몇 십년 동안 그 조직은 이런저런 재난을 관리하는 갈수록 능력이 저하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총리의 말 중 분명히 옳은 것이 하나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똑같은 결과 - 즉, 영국과 그 동맹국들이 독일 및 그 동맹국들을 패배시킨 것-를 낳았다 해서 2차 냉전이 1차 냉전 때처럼 미국과그 동맹국들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끝나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냉전은 대개 양극화의 상태로 간주되지만 실상은 항상 두 강대국과 그각각의 동맹진영이 있고 그 사이에 제3의 비동맹 네트워크가 존재하는삼체‘의 문제다. 사실상 이는 전쟁 자체에 해당되는 보편적 진리이기도 하다. 전쟁은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것처럼 서로 반대되는 두 세력이 상대를 꿇리기 위해 기를 쓰는 경쟁이기보다는 삼체‘ 문제, 다시 말해 중립의 제3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적에게 패배를 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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