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서른한 살 쇼코의 직업은 조금 독특하다.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돌봄이필요한 이들의 결을 지켜주고 낮에 퇴근하는 이른바 ‘지킴이‘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반려견, 아픈 아이, 노모의 결에서 밤을 보내고 난 쇼코에게 퇴근 후 술 한 잔을 곁들인 점심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한 끼. 누군가의 몸과마음을 밤새 돌봐주는 일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픔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못하고 있지만, 오늘도 맛있는 한 입, 시원한 한 잔으로 기쁨을 쌓아가며 쇼코는 무너지지 않으려 한다. "나는 살아 있고 건강하다. 주저앉아 있을 수없지. 자, 오늘도 꿋꿋이 살아가자."

들어왔다. 고기덮밥, 소고기스테이크샐러드, 5종 고기덮밥, 햄버그스테이크…… 든든하고 맛있어 보이는 메뉴다.
고기를 특별히 강조한 식당인 듯했다. 슬쩍 안을 살폈으나 출입문 창유리 너머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카운터석이 있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고기는 나쁘지 않은데, 술이 있으려나…...‘
이렇게 고기 요리가 많은데 술이 없다면 안타깝다.
쇼코는 잠시 고민하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소고기예요. 저희 집 대표 메뉴랍니다."
중년 여자가 밝게 대답했다.
"그럼 이걸로 할게요. 밥은 조금만 주세요."
쇼코는 일단 식사만 주문하고 분위기를 살피기로 했다.
식당은 카운터석이 대부분이지만 작은 테이블석도 두 곳 있다. 바나 작은 호프집 같은 구조다. 예전에 그런 가게였을지도모른다.
카운터 위에 놓인 소형 플라스틱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사미, 시키네*, 구로이사니시키 . 고구마소주의 이름들이나열되어 있다.
좋아. 쇼코는 무의식중에 카운터 아래서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여기요. 반쇼코" 라는 술, 온더록스 로 마실 수 있을까요?"
반쇼코라는 이름 아래에 "에도시대의 문헌을 토대로 재현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카피라니.
"아, 네."
여자 주인이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곧장 수긍하고 술을 준비해준다.
이럴 때 "네? 술을 드실 건가요?" 라고 되묻지 않는 것도 낮술을 마실 식당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쇼코는 어른이다. 어른에게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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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너무 많이 따랐네."
혼잣말하는 여자 주인과 눈이 마주쳐 쇼코는 자연스레 미소를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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