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회사가 그리워지는데, 다 미련 같다. 이제 미련을 떨쳐버릴 때가 됐다. 새로운 출발을 했으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련다. ‘비정기적인 손님, ‘비정기적인 메뉴, ‘비정기적인 수입일지라도 괜찮다. 이젠 여기에서56익숙함을 찾아나갈 테니까 말이다.
직장인으로서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사무실, 미니 문방구라고 불렸던캐비닛, 하루 동안 채워놓으면 다음날 비워지는 쓰레기통, 화장실가면 항상 구비돼 있던 휴지, 정수기와 종이컵, 물티슈. 모든 게 있던 그 쾌적한 환경. 하지만 그만큼 낭비도 많을 수밖에 없었던 그풍족했던 곳. 자영업자가 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껴 쓰자. 다시 쓰자. 그리고 안 쓸 수 있으면 쓰지 말자.
그러나 휴대전화는 잠잠했다. 이메일도 고요했다.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비어있는 메일함을 계속 들락날락하며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내가 없어도 회사는 전과 똑같이 굴러갔다. 다만, 내가 남겨놓고 간 외장하드, 그 외장하드는 나의 모든 것을 대체했다. 나보다 그 외장하드가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카페를 오픈했다. 주변에서는내게 ‘카페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주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우리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세계관으로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극히 미미하고, 완전히 사라져도 무탈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없어도 세계는 전과 똑같이 굴러갈것이다. 때로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바라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195된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대단히,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절박하고 불안한(그리고 매우 정상적인) 느낌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축소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이는 사랑의 행위다. -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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