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때는 책 전체를 읽을 시간이 없다. 우선 제목과 작가를 보고 목차를훑어보고 추천사를 읽고 때로는 작가의 말까지 읽는다. 그게 어딘가. 그정도 읽고 진짜(내용)는 나중을 위해 남겨두는 것, 이 시대의 독서법으로그리 나무랄 일은 아니다. 사랑하면 돈을 쓰라고 했다. 책을 사서 소유하는것만으로도 관심을 표현하는 최상의 일을 한 것이다.
앞서 얘기한 두 가지는 남은 인생을 큰 틀에서 짜기 위한 디딤돌이다.
디딤돌 위에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남은인생 동안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목표가 생기고 실천 동기가부여된다. 실천에 앞서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인생에서중요한 것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혹시 주변에 있는 중요한 누군가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그 갈등이 고통의원인이라면 이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사람이 알 수 있는언어로 말하고 있나?‘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 꼭 알아야 할 말을 제대로했나?‘ ‘나는 팩트만을 나열해놓고 할 말을 다 했다며 모든 걸 그 사람탓으로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쓴 글은 계속해서 읽고 고쳐야 한다. 내 문장력이 늘어갈수록 이전에쓴 글에서 전혀 다른 요소를 발견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을 넘어 쓴 만큼보인다. 그때가 퇴고로 더 나은 글로 만들고 완성도를 높이는 시기다.
아무리 재능 있는 작가라도 자기가 쓴 글을 수없이, 적게는 두세 번에서많게는 열 번 이상 퇴고한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서른 번 넘게고친 이야기는 유명하다.
나는 무조건 정확한 문장부터 쓰는 훈련을 한 다음 기교를 부리라고말한다. 아름다운 문장도 비문이 없는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을 늘리고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내가원하는 만큼 근사치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유가 깊어져야 스스로만족할 수 있는 여운이 남는 글을 쓸 수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쓰는 것, 귀가 닳도록 들은 이 단순한 방법 말고 다른 비법은 없다.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슬픔이 있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사람들은자주 인용한다. 그는 자신이 쓴 동화를 아들에게 읽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눈물을 흘렸다. 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느냐고 아들이 물었을때 오스카 와일드가 들려준 대답이다. 이것이 비유는 실재든 아주 가끔누구나 지극한 아름다움 앞에서 눈시울을 적신 적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지극한 슬픔과 고통의 장면에서 아름다움을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양의 책을 읽어서 지식이 많고 모르는 게 없는 사람들은의외로 소통을 잘 못한다. 제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아는 게 많으니 할 말도많다. 들을 시간이 없다. 이런 사람과 대화하기란 참 곤란하다. 지루하다.
피곤하다. 때로는 불쾌하다. 왜 그들은 남이 자신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고생각하는 걸까? 책을 빨리 많이 읽은 만큼 말도 빨리 많이 하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