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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조연희 지음, 원은희 그림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평점 :
시인인 저자가 에세이 형식으로 자신의 솔직한 성장담을 글로 녹여낸 이야기다. 저자와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지라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느끼며 읽었다. 비교적 문제가 없는 가정에서 성장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해서 살았기에 저자의 정말 신산한 성장담을 겪지는 않았지만 학창생활이나 당시의 사회상이 언급된 글을 읽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저자인 조연희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시산맥 신인상]에 시 4편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산문집은 요즘은 부끄러워서 언급하기 싫은 세대인 386 시절을 지나며 겪은 고뇌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역시 시인들은 산문에서도 상당한 글빨을 가지고 있다는 역량을 볼 수 있었다.
1987년도에 대학에 입학해 첫 해에는 제대로 수업을 해본 기억이 없었다. 요즘 학생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지만 그런 시절에 대학을 다녔으니 작가의 이 글에 공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에이즈, 광우병 등이 출몰하고 암이 창궐한 시대에 대학교를 다녔다. 꼭 그 탓은 아니겠지만 학교는 휴교 중일 때가 많았고 충격적 사건들도 많았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비롯해 30만 제주도민 중 7만이 학살됐다는 ‘한라산 필화사건‘, 연세대 학생이 죽은 ‘이한열 최루탄 사망사건‘, ‘6월 민주항쟁, 그리고 ‘6·29 선언‘ 등을 숨 가쁘게 겪어야 했다.˝
지금은 철거된 낙산 언저리의 서민 아파트에서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보내며 느꼈던 감정과 당시 독재상 그리고 많은 시위안에서 청춘을 을 겪으며 사랑도 했고 우정도 나눈 이야기를 저자의 기존 시와 함께 이어서 산문으로 풀어냈다. 텍스트로 상황을 설명되는것 같아 저자의 시가 좀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불미스러운 일로 전역을 하고 군무원으로 근무하지만 정리해고가 되고 나서 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잃게 된다. 악착같이 그녀와 함께 세 명의 아들,딸을 키워낸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죽음을 떠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문창과에 진학해 결국은 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모처럼 좋은 에세이를 읽은 느낌인데 동료 문인인 이산하 시인의 추천글을 올려본다. 비슷한 시대를 겪은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실것을 권해드린다.
˝애잔한 저녁 강물처럼 흐르는 이 글은 에세이 형식의 시적 성장소설이자 내면일기다. 너무 애산해서 난 그 강물에 빠져 오래 허우적거렸다
가장 최적화된 어둠 속의골목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모두 닫혀 희망의 한도가 없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지만 가방 속에는 유서가 들어
있는 여고생, 30살이 되기 전에 죽고 싶어 야매미장원에서 삭발하고 석양에 목을 매달겠다는 여대생의 그녀는 늘 외로운 꼭짓점이었다.
아버지 없는 아이가 부럽고, 상처는 더 큰 상처로 치유된다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세상은 일찍부터 위선이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였다. 유서사건으로 파란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학교에 불려온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1부의 휘어진 시간은 너무 감동적이며, 이 책의 백미중의 백미다. 덤으로 동식물의 생태학적 지혜와을 만하면 문장 곳곳에서 빛나는 시와 잠언들은 이책을 보는 독자들만의 특권이다. - 이산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