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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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 샘통북통 패키지로 읽어준 전자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언론사에 근무했으며 특히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분이다. 현재는 글쓰기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영어번역본이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쓴다고 한다.

저자가 언론사에 근무하며 시간이 생길 때마다 약 2,400쪽인 사전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으면서 눈에 띄는 표제어를 적었고, 그러다 자주 쓸 만한 우리말 단어를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메모를 채워나가며 우리말에 대한 여러가지 연관고리와 사연들을 모아서 이 책을 펴냈다.

단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배경을 파헤쳐 보고, 단어의 조합 원리, 사라진 단어들을 기억해보는 일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써왔던 말들에 저마다 사연이 있다는걸 인문학적으로 풀어내가는 과정도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나아가 외국어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말의 연관관계를 찾아가는건 저절로 오오라는 감탄사가 떠오른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개글을 통해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첫째장은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을 찾아본다. 언어는 그 사회를 비춰서 보여주는 거울이므로 한 사회의 낱말이 그 사회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우리말의 잘코사니가 그런 실마리가 되는 단어다.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고소함을 뜻한다. 영어나 일본어에는 잘코사니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독일어에는 Schadenfreude가 있다.

이 책의 둘째 부분은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즉 유래를 찾아본다. 한 사회의 언어에는 그 사회의 발자국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한자에서 출발해 우리말로 들어오고 세계적으로도 확산된 단어의 여정을 들려주기도 한다. 출발 단어는 확(?)이다. ?은 가마솥을 가리키고, 간체자로는 ?으로 쓴다. 이 한자어의 광둥어 발음이 웍이다. 웍은 오늘날 세계 전역의 주방에서 쓰이며 영어로는 wok로 표기된다. 확은 우리말로 넘어와서는 돌확등이 됐다.

셋째 장은 우리말의 조어 방식,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을 짚어본다. 그중 하나가 우리말에는 끝부분이 같은 단어의 묶음이 많다는 것이다. 깨비로 끝나는 낱말에는 도깨비, 허깨비, 진눈깨비, 방아깨비 따위가 있다. 이렇게 단어를 묶어서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예컨대 깨비는 주변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데 붙는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장은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이다. 곱고 귀한데 쓰이지 않았던 말들을 골라놓았다. 도사리 같은 낱말들이다.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상태에서 떨어진 과실을 뜻한다.(소개글 발췌)˝

우리말 단어에 얽힌 사연들에 관심이 많다면 일독을 권해드린다. 아래의 책속 글들을 참조해보시길....돼지와 도토리의 상관관계는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이베리코 돼지가 맛있는건가?

나도 ‘억울하다’라는 낱말이 다른 언어와 비교한 한국어의 차이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억울하다’라는 말은 일본어에는 물론 영어에도 없다. 한 영어사전은 ‘억울하다’를 ‘feel victimized’라고 설명했는데,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아니다. 다른 한영사전을 찾아보면 ‘find oneself in the sorry position of being charged with another’s crime(억울하게 남의 죄를 뒤집어쓰다)’이라고 길게 번역돼 있다.
p.21


영어를 제외하면 세상 대다수의 언어에는 유의어 사전이 없다. 책 《The Miracle of Language》에 따르면 유의어 사전은 대부분 언어권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어휘의 숫자와 구조를 볼 때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의어 사전은 영어로 ‘thesaurus’라고 불린다. 최초의 영어 유의어 사전은 1852년에 나왔다.
p.68

돼지는 도토리를 잘 먹는다. 도토리라는 이름도 돼지에서 나왔다. 잠시 돼지의 옛 이름 ‘돝(돋)’을 돌아보자. 돼지 새끼는 강아지?송아지?망아지처럼 돝아지였다가 도야지로 변했다. 모자(母子) 단어인 ‘돝-도야지’ 중에서 언젠가부터 돝이 덜 쓰이다가, 도야지만 남아 돼지가 되더니 이윽고 돼지가 돈(豚) 성체를 가리키게 됐다.
p.102

‘통이’ ‘퉁이’ ‘뚱이’도 사람을 가리키는 데 붙는다. 신통이는 신통하게 구는 사람을 귀엽게 부르는 말이다. 고집통이는 고집이 센 사람이니, 고집쟁이랑 같은 단어다. 꾀퉁이는 꾀쟁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배퉁이는 제구실은 하지 못하면서 배가 커서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놀릴 때 쓴다. 새퉁이는 밉살스럽거나 경망한 짓을 하는 사람이다. 잠퉁이는 잠꾸러기의 방언. 잘난 체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놀릴 때 쟁퉁이라고 부른다.
p.162

흠씬과 물씬의 ‘씬’의 어감을 잘 드러내는 낱말이 ‘훨씬’이다. 훨씬은 ‘정도 이상으로 차이가 나게’를 뜻한다. 나는 이런 측면에 착안해 ‘~씬’은 보통보다 훨씬 정도가 더하다는 뉘앙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푹씬’이라는, 사전에 아직 없는 단어를 예로 들겠다. 조금 푸근하게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느낌을 나타내는 부사 ‘푹신’보다 더 강하게 ‘씬’ 소리를 내면 된다. 푹신은 ‘이불로 아기를 푹신 감쌌다’처럼 쓰인다. 푹씬은 ‘두툼한 양모 이불로 아기를 푹씬 감쌌다’처럼 활용하면 된다. 또는 ‘돼지 족을 푹씬 삶았다’처럼 쓸 수도 있다.
p.165

어떤 글자로 끝나는 단어를 찾는 일은 심심풀이에 그치지 않는다. ‘밥’으로 끝나는 단어를 모아서 찾아보게 하면, 밥과 관련해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진밥’의 반대말은 ‘된밥’이고, 아주 되게 지은 밥은 ‘고두밥’이라고 부른다. ‘찰밥’의 반대말은 ‘메밥’이다. 낚시할 때엔 ‘떡밥’을 쓴다. ‘연밥’은 연잎에 싸서 찐 밥이 아니라 연꽃의 열매다. ‘녘’ 어미의 단어는 동녘, 서녘, 남녘, 북녘, 들녘, 아랫녘, 개울녘, 해질녘, 밝을녘, 어슬녘, 저물녘 등이 있다. 이로써 ‘녘’은 방향과 지역 외에 하루 중 어떤 시기를 나타내는 데 쓰임을 알 수 있다.
p.179


귀얄은 풀을 바르거나 옻을 칠할 때 쓰는 솔로 돼지털이나 말총을 넓게 묶어 만들었다. 풀비라고도 불린다. 풀을 바르는 빗자루라는 말이다. 귀얄은 우리말에서 희귀한 어종(語種)에 속한다. ‘얄’로 끝나는 우리말은 귀얄 외에 미얄과 비얄뿐이다. 미얄은 봉산탈춤 일곱째 마당에 등장하는 인물로, 영감의 구박을 받아 죽는 아내를 가리킨다. 비얄은 ‘비탈’의 경기도 사투리다.
p.205

‘부레가 끓다’는 ‘몹시 성나다’는 말이다. 예컨대 ‘억지로 참자니 속에서 부레가 끓었다’라고 표현한다. ‘부아가 나다’나 ‘부아가 치밀어 오르다’는 관용구도 뜻이 비슷하다. 여기서 ‘부아’는 노엽거나 분한 마음을 뜻한다. 부아의 다른 뜻은 허파다. 사람의 허파를 가리키는 낱말 ‘부아’가 물고기 ‘부레’와 한 음절이 같고 비슷한 관용구에 쓰이는 점이 흥미롭다. 더 재미난 사실은 부레와 부아가 생물학적으로는 상동기관(相同器官)이라는 점이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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