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여 악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은 화자가 아니다. 단 한 번도 이야기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입에 지퍼를 채워 커튼 뒤에 세워둔 셈이다. 이야기의 목적을 위한 선택이었다.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어떻게관여하는지, 타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싶었으므로,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주인공을 화자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그 인물을 명확하게 조각해내는 일은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없었으니. 이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님, 치명적인 실수를 모면하게 해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국현 교수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준 문화일보 최현미 부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