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에서 강연한 영상에서 보듯 그의 관점은 오늘날 통념이 되었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책이 결국은 사라질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예상했겠지만, 그는 상실을 그다지 애달파하지 않는다.
"탄식해야 할 이유를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여느 생물과 마찬가지로 책은 생장하고 번식하고 변색하고 결국 죽습니다. 그 순간 책작품은 이 불가역적 과정의 마지막 국면을 나타냅니다. 도서관, 박물관, 문서실은 책의 완벽한 공동묘지입니다." 

좋은 책이 다 그렇듯 여러분은 곧장 그 속으로들어가야 한다. 책과 관계를 맺고 직접 체험해야 한다.
그러면 무언가를 알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이 ‘경험‘을 위한 환경을 제공한다지만, 여러분이책에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책에 들어 있는 것보다훨씬 중요한 가장 큰 성분이다.
앨리슨 놀스, 『큰 책」

무언의 사물로서의 책


하지만 어떤 아티스트 북은 의도적으로 읽을거리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책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많은 이론가들이 이같은 읽을 수 없는 사물을 반책‘이나 책 조각으로 간주하며 아티스트 북과 구분하지만(집근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이런 작품들은 책이란 우리가 문화 자본과 문화적 중요성을 불어넣은관념이며 이는 책의 생산에 자원이 투입되고 저자가 선망받는지위이기 때문임을 일깨운다. 책의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우려는 책이 상징하게 된) 저자의 죽음이나 지적 유산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맞물려 있다.

불변성, 확실성, 질서의 공간으로서의 책을 일컫는 표현들은 책이 문화 속에서의 역할을 바탕 삼아 이념과 이상으로 탈바꿈했음을 일깨운다. 책은 기반이며, 그 네모진 형태는 사회질서와 자아실현의 토대로 보이기에 손색이 없다. 책꽂이에 꽂기만 하면 학식, 재능, 부의 상징이 되는 코덱스의 형태는 비유적으로뿐 아니라 말 그대로도 우리를 떠받친다(이를테면 삐딱한 가구를 필 때), 책은 그 자체로 일종의 가구여서 페이지 사이를 저장 공간으로 내어준다. 책장 사이사이에 압화(花)도넣고 요리법 쪽지도 넣고 사진도 넣고 스크랩도 넣던 르네상스시대 독자들의 습관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88 책은 이웃도 떠받친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면 옆에 있는 책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은 우리를 쓰러뜨릴 수도 있다. 가지고 다니기 편해서 불시에 투척 병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책을 정의하려면 형식 못지않게 쓰임새를 감안해야 한다. 책의 개념 변화는 책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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