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아내의 가출 병을 잡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처형의 방문으로 폐기처분 돼버렸다. 전화를 거는 일보다 걸고 난 다음 일이 무서웠다.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의심, 아이를 방패 삼아 지금껏 전남편과 만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 아내가 전남편의 집에 있으리라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될까봐.
어디 있어, 하고 물었을 때 아내가 최악의 답을 내놓을까봐, 친정에 있어,라고,
어머니는 4절 완창을 하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도돌이표를 찍기 시작했다. 그는 잠자코 들었다. 그만하라 해봐야 어머니는 그만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숱하게 겪어온 일이었다. 운전하는내내 정신 사납게 말을 붙이고, 문제가 생기면 거친 운전을 탓하고, 그만하라고 하면 과거 일을 낱낱이 소환해 차에서 내릴 때까지 쏘아붙였다. 그땐 운전자가 아버지였고 어머니가 조수석에 있었다는 게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