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의 죽음 그르니에 선집 3
장 그르니에 지음, 지현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상으로 놓고 볼때 어느 떠돌이 개의 죽음을 쓴 책으로 보이지만, 타이오라는 어엿한 이름을 가진 개에 관한 에세이다. 장 그르니에는 에세이스트자 철학자로 까뮈의 죽음을 추도하는 글로 잘 알려진분이다. 민음사에서 발간한 그의 선집중 한 편으로 어느 날 우연히 만나서 기른 개의 죽음과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한 편의 멋진 에세이로 탄생시켰다. 장 그르니에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 장 그르니에 (Jean Grenier)는 프랑스의 사상가,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고대 지중해, 인도사상에 경도되어 방랑의 철학교수 생활을 보내고, 알제리에서 고등학생이던 알베르 카뮈를 가르쳤으며, 그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리세 알제의 교수를 거쳐 파리대학교 문과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미학을 강의하였다. 존재에 대한 기쁨과 절망을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써내려간 그의 작품은 시사성이 풍부하다.

주요 작품으로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 <일상적인 삶>, <지중해 영감>, <모래톱> 등이 있다. 이외에도 30여 권의 철학서 및 시적 명상과 풍부한 서정으로 가득 찬 에세이집이 있다.˝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카뮈를 추억하며]와 그의 대표작인 [섬]도 조만간 읽어볼 계획이다. 저자는 개가 죽고 글까지 써가며 요란하게 애도하는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다고 말을 하지만, 자신이 먼저 떠나 보낸 개 타이요를 진심으로 아꼈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글을 쓰는 행위는 틀림없이 죽음과 밀접한 관련---예전에라면 이러한 관련을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견딜 수가 없다---이 있다. 만일 타이오가 살아 있다면 나는 녀석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녀석과 함께 사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이며(불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나는 녀석의 삶을 정리해 보고 싶은 욕구를 억제할 수 없다. 녀석에게 또 하나의 삶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것일까?˝

아울러 죽음과 삶에 관한 철학자의 견조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문구들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질병, 노화, 죽음에 대해 종교와 철학이 제시한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즉, 환자, 노인, 시체 살라는 것이다. 삶의 즐거움을 잃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그 즐거움을 금할 것, 젊은 시절의 쾌락에 환멸을 느끼지 않으려면 노인처럼 굴 것, 삶이 주는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능하다면 송장처럼 지낼 것!˝

역자의 후기를 읽어보면 이 책의 성격을 좀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에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늘 왔다 갔다하는 시지프스의 슬픈 굴레를 벗어나려면 말이다.

˝맥락 없이 가쁜 숨결처럼 이어지는 이 글들은 작가 자신이 입은 상처의 치유를 위한 힘겨움이다. 개에 대한 일상적인 추억들, 죽어가는 개를 보살피며 느꼈던 괴로움, 개의 죽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주조를 이루는 이 한 편의 진혼곡은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고있다. 시공을 넘어선 인간 중심주의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삶의 기저를 이루는 여러 가치관들을 새로운 눈길로 다시금 바라보며, 신적 구원에 대한 불만과 기원을 어린아이와같은 순진함으로 대한다.

개의 죽음에 관한 푸념들로만 가득했다면 이 책은 이와 같은 풍요로움을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등, 자유, 구원, 죽음, 사랑 등의 문제에 관한 끊임없는 질문들이 읽는 즐거움을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들의 뒤를 잇는 작은 목소리들은 답이 아니다. 확신을 표하지 않는 그의
대답들은 또 다른질문으로 자리잡을 뿐이다. 삶의 기쁨을 주는 손과 빼앗는 손이 같은 것이라는 데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마지막의 고통으로 인해 일생의 기쁨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추스르기라도 하듯 각각의 글들은 작가의 심경에 따라 새로운 시선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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