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바디우의 말투를 빌리자면, 이론은 문제를 해설하고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론은낡은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유의 모험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론은 철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지만, 그렇다. 고 근대의 분과학문으로 기능하는 철학의 역할을 되풀이하는 것은아니다. 오히려 이론은 철학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그것을 원래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발터 벤야민이 철학과 철학하기를 대비시켰을 때, 이런 철학과 이론의 단절을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을확인할 수 있다.
이론은 근본적인 토대를 해명하려는 근대 철학의 기획을 가로지른다. 이론에 중요한 것은 근원이나 기원이라기보다 갈등과 모순이다. 일치나 소통보다도 불일치와 불통을 이론은 조장한다. 왜냐하면새로운 것은 언제나 합의를 깨트리는 과정에서 출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이론들이 잘 보여주듯 모든 이론은 수입에서 그치는 것이아니라 수용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론은 수입의 산물이기에 수용의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당연한이야기이지만, 사회정치적 맥락이 다르다면 이론의 수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생적인 이론이라는 것은 수입과 수용의 결과일뿐이다.
이런 인문학과 구분해서 나는 ‘인문좌파‘ 라는 말을 사용한다. 인문좌파는 단순하게 정치적 좌파라고 규정할 수 없는 다른 주체‘ 이다. 인문좌파는 기존의 정치 지형도에서 합의한 우파와 좌파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주체이다. 우파와 좌파의 이념 모두를 회의하는독특한 사유의 주체가 바로 인문좌파이다. 합의된 공동체의 윤리를의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역할이 인문좌파의 몫이
이 책은 동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이론적 사유를 다루려 한다. 그렇다고 1960년대 이후 출현한 모든 이론을 망라하려는 의도는 없다. 소위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포스트구조주의라 불렸던 이론들에대한 안티테제로서 등장한 경향들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흐름들은 주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욕망과 주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한 소개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의 맥락에서 이런 이론들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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