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도올의 책을 읽었다. 선생님의 책을 만난지도 어언 30년이 지났으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아마도 [여자란 무엇인가]를 처음 읽었고 이후 [절차탁마대기만성]등등 나올때마다 탐독을 했었다. 이후 여러가지 이유로 그의 책을 손에서 놨다가 노자와 21세기를 읽고 나서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도올이 가장 최근에 펼쳐낸 책이다. 저서를 살펴보니 냉담 기간에도 꾸준히 책을 내셨는데 특유의 입담과 일목요연한 정리는 여전하지만 살짝 용두사미격의 진행과 주관적인 서술방식이 본질을 감추는것 같아 그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도올만큼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알기 쉽게 풀어내는 철학자는 찾기 힘든게 사실이기도 하다.


[우린 너무 몰랐다]는 한국 현대사중에서 해방 그리고 제주 4.3과 여순민중항쟁(사실 제주 4.3은 존재도 몰랐고 여순항쟁은 반란사건 정도로만 교육받았던 그런 세대라서 아직도 그 실체적 내막은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을 다뤘다. 시간이 흘러 두 사건이 극우의 잔혹한 진압과 학살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왜 어떻게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방 이후 숨가쁘게 흘러갔던 정국의 순간들을 잘 캐치해내며 한국동란까지 대략 5년에 걸쳐서 벌어졌던 각종 사건들을 정리하고 그 맥락을 잡아낸다. 아울러 하인리히 법칙에 입각해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자면 수십가지의 징후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제주와 여순은 그런 사건이 언제 어디선가 터져나올 상황에서 온것이라는 역사적 당위성을 보여준다.


물론 제주와 여순은 역사적으로 소외됐고 강인한 기질의 소유자들이 살고 있던 지역이라서 그런 개연성이 훨씬 높았음을 역사적인 사실로 입증해주고 있다. 중반부까지 숨가쁘게 달려가다가 후반부는 다소 아쉽게 빨리 정리되는 느낌이다. 나이도 나이지만 아직도 책을 펜으로 쓰시는지라 결말 부분을 조금 서둘러서 끝내신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좋은 책이다.


건강을 지키시며 계속 좋은 책을 내주시기를 바란다. 도올이 정리하는 기독교관에 대한 최종본을 기다리고 있다. 뭔가 역저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걸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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